[사설] 폭염·고물가… 정치권 잼버리 ‘네 탓’ 정쟁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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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해결해야 할 민생 현안 한가득
끝 모를 진영 싸움 접고 초당적 협력을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에서 조기 철수를 결정한 7일, 행사 관계자들이 부스 앞에 설치된 그늘막을 해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에서 조기 철수를 결정한 7일, 행사 관계자들이 부스 앞에 설치된 그늘막을 해체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7일 “패륜 행각과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 잼버리를 악용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했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역시 “잼버리가 세계적 걱정거리 대회가 된 것 같다. 대책은 세우지 않고 남 탓을 하고 있다”고 국민의힘을 공격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울화증이 터진다. ‘네 탓’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북상 중인 태풍 ‘카눈’에 대한 피해 대비, 취약 계층의 여름나기와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이 발등의 불이다. 덩달아 농산물 가격 폭등 조짐도 예사롭지 않다. 해결해야 할 민생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먼저 새만금 잼버리를 정리해 보자.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대표단이 짐을 싸는 등 전체 15% 인원이 조기 철수한 것은 대회 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정부의 준비 부족과 부실 운영이 대회 파행을 부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더 이상의 잡음 없이 대회가 수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다. 우리 정치권이 책임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일 때가 아닌 것이다. 손님을 맞이해 놓고 그럴 수는 없다. 책임을 스스로 통감하지는 못할망정 다른 쪽에 전가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보다는 사고 없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합심해 총력 지원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장마에 이은 역대급 폭염으로 지금 국민들의 삶은 지칠 대로 지쳐가고 있다. 현재 폭염 위기경보 수준은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올해 들어 온열질환 사망자가 지난해보다 3배 정도 늘어날 정도로 인명 피해가 심상치 않다. 기후재난 시대에는 어린이와 고령층 등 취약 계층, 쪽방촌과 반지하 같은 주거 취약 지대, 산업 현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에 대한 세심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장마 뒤 폭염, 태풍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폭등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작황 부진에 대비해 수급 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태풍 카눈이 오기 직전인 7~8일에는 올해 최고조의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고 한다. 전력 수급 계획 바깥의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에 대비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국회는 8월 15일까지 휴회 기간이다. 여야 거대 정당의 양 대표가 7일 휴가를 끝내고 돌아왔고, 윤석열 대통령은 8일 휴가에서 복귀한다. 여름철 민생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휴가 중에도 잼버리 책임을 둘러싼 정치 공방은 계속됐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있는데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는 정치권이 지쳐 있는 국민들 삶을 보듬을 때다. 무의미한 진영 싸움은 접고 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밀린 숙제가 한가득이다. 그 어느 때보다 초당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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