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9세 청년 대출자 5명 중 1명, 이자 밀렸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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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국내 은행 연체율 집계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청년층 연체율 역대 최고 수준
무소득자도 가능한 정책상품 탓

청년층의 은행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특히 갓 성인이 된 만 19세 대출자의 경우 5명 중 1명이 연체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이 아예 없거나 고용이 불안한 청년이 전세나 월세 자금을 대출 받은 뒤 이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2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4%로 집계됐다.

이는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5년 사이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저금리 등으로 20대의 대출과 연체액이 급증한 만큼 연체율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20대 이하’ 연령층을 ‘19세 이하’와 ‘20대’로 나눠보면 19세 이하의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이들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분기 말 현재 20.0%에 이른다. 지난해 1분기 말까지 줄곧 0%였던 19세 이하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말 12.5%로 폭증했다. 그리고 다시 1년 사이 7.5%포인트나 뛰었다.

업계에서는 주택금융공사 보증부 청년 전월세 대출 정책 금융상품이 연체율에 끼친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다.

취약계층인 청년층의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이 상품은 만 19세 이상 30세 이하 청년 가운데 ‘무소득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상품은 비대면 대출 절차까지 갖춘 카카오뱅크가 전체의 약 60% 이상을 취급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19세 이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6월 말 현재 27.0%까지 치솟은 상태다. 나머지 은행의 19세 이하 연체율도 4.2%로 높아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에서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받은 만 19세 청년 대부분이 무소득자”라고 밝혔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부실 대출에 대해 한국은행도 경고음을 냈다.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연체율이 최근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한국은행은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중 30대 이하 대출자의 비중이 과거보다 높은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대출자들의 소득 기반이 여타 연령에 비해 취약한 만큼 한동안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의 빚 부담이 저출산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택 매매 가격은 물론 전월세 시세도 뛰면서 젊은 층이 갈수록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아예 혼인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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