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무너지고 불어난 물길에 고립·실종… 전국 곳곳 물난리
김해공항 130여 편 ‘결항’ 사태
서울~부산 열차 운행 중단 되기도
경남 가정집 붕괴·차량 파손 등
농작물 37.2ha 침수에 산사태까지
대구 남성 2명 하천서 사망·실종
강원 속초·강릉 등 기록적 강수량
제6호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집중호우와 강풍이 전국을 덮치면서 인명 사고를 포함해 적잖은 재해 피해를 남겼다.
10일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33분께 대구 군위군 효령면 불로리의 하천인 남천에 60대 남성 A 씨가 떠 있는 것을 소방대원이 발견했다. 발견 당시 A 씨는 심정지 상태였으며, 구조 뒤 경북대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또 오후 1시 45분께 대구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던 60대 남성 B 씨가 도랑에 빠져 실종됐다. 현장에서는 B 씨의 휠체어만 발견됐으며, 소방당국 등은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 지역에도 태풍의 영향으로 호우가 쏟아져 곳곳이 물에 잠겼다. 강원 삼척은 전날부터 10일 오후 3시까지 382.5mm 비가 내렸다. 강릉 322.4mm, 속초 315.7mm, 동해 260.3mm 등 동해안 지역을 따라 상당한 누적 강수량이 기록됐다. 특히 강원 속초엔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상 오후 2시 5분부터 오후 3시 5분까지 1시간에 91.3mm 비가 내렸는데, 이는 1959년 이후 태풍에 의해 기록된 1시간 강수량 가운데 7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10일 오전 태풍이 지나간 경남은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다. 이날 오전 6시 12분 경남 함안군 칠원읍 내 가정집이 무너졌다. 다행히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로 확인됐다. 20분께 거제시 능포동의 한 아파트 외벽에 덧붙인 벽돌이 강풍에 뜯겨 바닥으로 떨어져, 주차된 차량 여러 대가 파손됐다. 오전 8시 3분에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광려천 인근에서 70대로 추정되는 노인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약 30분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오전 8시 5분께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에서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 밑바닥을 호우로 강해진 압력을 견디지 못한 맨홀 뚜껑이 치솟아 뚫고 올라왔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산사태도 있었다. 창원시 국도 5호선 쌀재터널의 경우 오전 9시께 내서읍 방향 3km 지점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 양방향이 모두 통제되면서 한때 정체를 빚었다. 농작물 피해도 컸는데, 이날 오후 기준 집계된 침수 피해 규모만 37.2ha 상당이다. 급류에 떠내려 가던 시민이 경찰에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경남경찰청 2기동대 박준희(34) 경위와 홍준성 경장(31)은 오전 9시 3분 창원시 성산구 대암고 삼거리에서 차량을 통제하던 중 60대 여성 A씨가 도로에 쏟아진 물길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달려가 구조했다.
특히 카눈의 영향으로 10일 대부분의 교통 수단 운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김해공항의 경우 10일 오후까지 130편 가까이 결항이 발생하고 20편 정도의 지연이 있었다. 오후부터는 제주공항이 정상화되면서,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도 결항과 지연이 줄어들며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열차 운행도 경부선을 중심으로 파행을 겪었다. 10일 오전 서울-부산간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와 부산-수서간 SRT 운행 대부분이 중단됐다. 역시 오후부터는 태풍 카눈의 영향권을 벗어나며 열차도 순차적으로 운영이 재개되기 시작했다. 도시철도 역시 차질을 빚었는데, 부산은 오전 10시부터 선로 점검으로 도시철도 운행이 중단됐다가 낮 12시부터 정상화됐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