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고교 스포츠팀 선전… 선수·시민 모두가 ‘주연’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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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고 축구부·물금고 야구부
전국대회서 각각 준우승 낭보
팀 응원에 너나없이 똘똘 뭉쳐
시·체육회 지원은 든든한 우군
애향심 고취·지역 홍보도 톡톡

고교 스포츠팀의 선전이 양산시민을 뭉치게 한다. 시민 응원 모습. 양산시 제공 고교 스포츠팀의 선전이 양산시민을 뭉치게 한다. 시민 응원 모습. 양산시 제공

경남 양산시의 고교 스포츠팀이 전국대회에서 잇달아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팀의 선전을 바라는 시민들도 덩달아 ‘하나’로 뭉쳐지는 계기가 돼 애향심이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포츠가 ‘양산’을 전국에 알리는 부수적인 효과도 큰 것으로 알려진다.

13일 양산시와 체육회 등에 따르면 범어고 축구부는 지난 3일 경남 고성에서 열린 부산일보사 주최 제60회 청룡기 전국 고등학교축구대회 결승에서 강호 경기 서해고에 1 대 2로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범어고 축구부는 서해고에 석패했지만, 2015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전국대회 결승전에 오르는 등 신흥 강호로 자리 잡았다. 범어고는 종전까지 2021년 제26회 무학기 전국 고교축구대회 3위의 성적이 최고였다.

고교 스포츠팀의 선전이 양산시민을 뭉치게 한다. 범어고 축구부. 양산시 제공 고교 스포츠팀의 선전이 양산시민을 뭉치게 한다. 범어고 축구부. 양산시 제공

특히 범어고는 청룡기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결승전 상대였던 서해고와 맞붙어 0 대 6으로 대패한 어려운 상황에서 나머지 조별 예선 두 경기와 본선 토너먼트에서 승승장구하며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 지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앞서 범어고 축구부와 같은 해 창단한 물금고 야구부도 지난달 27일 제78회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 올랐다. 결과는 경북고에 1 대 4로 져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결승전에 오른 그 자체가 대단한 성과였다. 물금고는 2020년 협회장기 8강이 가장 좋은 성적일 정도로 최약체로 평가됐지만, 대회 내내 역전의 기적을 연출하면서 전국대회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범어고와 물금고가 결승전에 오르면서 양산시와 지역 정치권, 체육계, 학교가 대규모 응원단을 구성해 원정 응원을 펼쳤다.

응원을 가지 못한 시민들은 TV 중계나 유튜브 중계를 보면서 목이 쉴 정도로 응원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엄마 마음으로 응원했다, 수고했다 아들아’라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고교 스포츠팀이 양산시민들을 ‘하나’로 뭉쳐 공동체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양산시는 지역 특성상 외지인이 많아 시민들이 한데 뭉치는 요인이 다소 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포츠가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지역팀의 선전에 양산시와 교육계, 지역 체육계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고교 스포츠팀의 선전이 양산시민을 뭉치게 한다. 물금고 야구부. 양산시 제공 고교 스포츠팀의 선전이 양산시민을 뭉치게 한다. 물금고 야구부. 양산시 제공

범어고 축구부와 물금고 야구부가 있기까지 양산시와 체육회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양산시는 범어고와 물금고에 축구부와 야구부가 창단되자, 해마다 1억 원씩 5년 동안 5억 원의 창단기금을 각각 지원했다. 전용 구장은 아니지만 스포츠팀이 평일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구장을 지원했다. 창단기금 지원이 끝나자, 교기 지원금 명목으로 해마다 최대 7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범어고 축구부와 물금고 야구부는 물론 감독, 학부모 등에 감사의 인사말을 먼저 전한다”고 말했다.

나 시장은 “범어고와 물금고 선수 유니폼에 새겨진 ‘양산’이라는 글자를 보고 가슴 뭉클했다”며 “지역 스포츠팀들이 현재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덧붙였다.

범어고와 물금고 스포츠팀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부울경 지역 우수 중학생 대부분은 부산·경남지역 스포츠 명문고로 지원했지만, 준우승 이후 범어고와 물금고로 ‘진학하겠다’는 상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범어고와 물금고 감독은 “그동안 우수 중학생 상당수가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다 보니 선수 수급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준우승 이후 달라지고 있다”며 “기숙사 등 부족한 체육 인프라가 확충되고, 시민 관심 역시 더 높아지면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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