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루블화 가치 17개월 만에 최저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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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달러당 100루블 넘기기도
수출 감소·지출 증가 등 주원인
피폐해진 러 경제에 부담될 듯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했다. 한 모스크바 시민이 14일(현지 시간) 환율을 나타낸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했다. 한 모스크바 시민이 14일(현지 시간) 환율을 나타낸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년 넘게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4일(현지 시간)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1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환율은 한때 달러당 100루블 고지를 넘기기도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현재 8.5%인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깜짝 발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금리가 오르면 화폐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루블화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폭락했다가 러시아 당국의 개입에 힘입어 가치를 회복한 적이 있다. 당시 러시아 당국은 환전 금지, 외국인 주식 매도 금지, 에너지 기업들의 루블화 보유 의무화 등의 조치를 도입했다. 루블화의 수요를 늘려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취지였다.

러시아 당국의 적극적인 규제와 함께 고유가 등 러시아 경제에 유리한 주변 환경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50루블 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해 루블화 가치는 30% 가까이 급락했다. 전 세계 국가 중에서 러시아보다 화폐 가치가 더 많이 떨어진 국가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튀르키예뿐이다.

러시아 당국은 루블화 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수출 감소 등 교역 조건 악화를 지목하면서도 환율이 다시 안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유가 상승 등 유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지난 1~7월 무역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지난해에 비해 8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의 지출 증가도 루블화 폭락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지출을 대폭 늘리면서 통화량 증가로 루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영국 BBC는 루블화 폭락이 당장 공황으로 이어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피폐해진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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