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맹국인데… 한국 광복절 축하한 미 vs 반성 없는 일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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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맞은 미일 상반된 행보
미 정부 광복절 축하 공식 성명
뉴욕시장 “뉴욕은 미국의 서울”
일 기시다, 가해·반성 언급 안 해
정치인 대거 야스쿠니신사 참배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돌진하는 황소상' 앞에서 에릭 애덤스(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뉴욕시장이 브라이언 전 AAYC 회장과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돌진하는 황소상' 앞에서 에릭 애덤스(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뉴욕시장이 브라이언 전 AAYC 회장과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광복절을 맞아 한국의 주요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의 반응은 천지 차이였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공식 축하 성명을 내고 각지에서 광복절 기념 행사도 열렸다. 그러나 일본은 가해 사실이나 사과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 등 주요 정치인들은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료를 내거나 참배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4일(현지 시간) 광복절 축하 성명을 내고 70주년을 맞이한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 정부를 대신해 한국의 광복절에 따스한 축하를 전한다”며 “70주년을 맞이한 우리 동맹의 강력함을 재확인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축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인적 교류 확대를 비롯해 경제 투자, 국제 평화와 안정 추구 등 양국 관계를 진정한 글로벌 동반자 관계로 이뤄내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에서 전몰자들을 위해 기도한 후 이동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공물료를 봉납했다. AP연합뉴스 일본 국회의원들이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에서 전몰자들을 위해 기도한 후 이동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공물료를 봉납했다. AP연합뉴스

이날 세계 금융의 중심가인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돌진하는 황소상’에서는 뉴욕시장이 한인 청소년들과 함께 태극기를 게양했다. 에릭 애덤스 시장은 이날 한인 청년 단체 재미차세대협의회(AAYC)가 광복 78주년을 맞아 맨해튼 볼링그린파크에서 개최한 태극기 게양식에 참석했다.

애덤스 시장은 이날 뉴욕 내 한인들의 위치와 영향력 등을 언급하며 “뉴욕은 미국의 서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덤스 시장은 이날 태극기 게양에 대해 “세계의 금융수도인 맨해튼 특히 볼링그린파크에 국기를 게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전 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돌진하는 황소상이 위치한 볼링그린파크는 1783년 조지 워싱턴 장군이 이끄는 미국 독립군이 뉴욕에서 영국 군대를 몰아낸 뒤 별이 13개 그려진 최초의 미국 국기를 게양한 곳이다. AAYC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황소상 앞에 태극기를 게양했다. 또 이날 오후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필드에서는 메츠와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 시작에 앞서 한국인들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메츠가 광복절을 맞아 주최한 ‘2023 한국의 밤’에 뉴욕 한인사회 구성원들이 대거 구장에 초청돼 그 의미를 되새겼다.

반면 한국의 또 다른 동맹국인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패전일인 15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전국전몰자 추도식’에서 아시아 여러 국가에 대한 가해 사실이나 반성에 대한 언급 없이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이 결연한 맹세를 앞으로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취임한 이후 두 번째로 이 행사에 참석한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일본의 가해 사실이나 반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패전일에 반성의 뜻을 표명했으나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 재집권 이후 이런 관행이 끊겼다. 또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봉납했다고 교도통신이 자민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봉납은 ‘자민당 총재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이뤄졌다.

현직 각료의 참배도 2020년 이후 4년 연속 이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해 패전일에 이어 이날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지난해에도 패전일과 패전일 직전에 현직 각료 3명이 참배했다.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도 집단 참배했다. 집권 자민당의 당 4역 중 한 명인 하기우다 고이치 정무조사회장 역시 지난해에 이어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 6000여 명의 영령을 떠받들고 있다. 이 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 3000여 명은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으며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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