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패밀리룩’ 대신 ‘현대룩’을 내세우는 이유는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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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올 뉴 그랜저·디 올 뉴 코나
헤드램프 디자인 제각각 독창적
"혁신적 디자인 위한 선택"

현대자동차가 패밀리룩 대신 독창적 디자인을 내세운다. ‘디 올 뉴 싼타페’ 전면부.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패밀리룩 대신 독창적 디자인을 내세운다. ‘디 올 뉴 싼타페’ 전면부. 현대자동차 제공

“앞으로 현대자동차는 ‘패밀리룩’ 대신 ‘현대룩’으로 가겠습니다.”

최근 현대차의 디자인 담당 임원들이 각종 미디어 인터뷰에서 이 같은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다.


현대차 이상엽 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샌타페이에서 열린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디 올 뉴 싼타페(이하 신형 산타폐)’의 글로벌 프리뷰 행사에서 디자인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현대차는 패밀리룩을 부정한다. 현대차 디자인은 엔지니어링 솔루션이 있다면 계속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이어 “현대차의 일자형 램프는 계속 바뀐다. 기술 발전과 고객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계속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사이먼 로스비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는 지난 10일 신형 싼타페를 국내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와 지난달 24일 인도에서 가진 경차 ‘그랜드i10 니오스’의 디자인 설명회에서 “패밀리룩은 모든 차량이 비슷하게 보이는 걸 말하지만, 현대룩은 체스 조각들처럼 각기 다른 모습을 갖고 한 팀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제네시스나 기아의 디자인 방향과는 다른 부분이다. 이상엽 센터장은 “제네시스는 끝까지 두 줄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아는 라디에이터 그릴(통풍구) 모양이 호랑이 코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 그릴)’를 출시 모델마다 지키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디자인 계승을 강조해왔다.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수평형 램프)’로 불리는 일명 ‘일자 눈썹’을 패밀리룩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디 올 뉴 그랜저’, ‘디 올 뉴 코나’ 등을 보면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유지하면서도 전면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패밀리룩 전략이 소비자에게 브랜드 정체성을 각인시킨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차량 전면부의 얇은 줄 하나로 패밀리룩을 내세우는 건 다소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싼타페도 심리즈 호라이즌 램프보다는 큼지막한 헤드램프를 비롯한 차량 곳곳의 ‘H’ 형상을 더 강조한 모습이었다.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신차를 낼 때마다 패밀리룩을 이어오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세단 C·E·S클래스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일하면서 헤드램프 크기와 디자인을 달리해 세부 모델을 구분 짓고 있다. BMW는 라디에이터 그릴 모양이 사람의 신체 기관 중 신장(키드니)을 닮았다 해서 ‘키드니 그릴’을 패밀리룩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에 대해서만 현대룩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은 “혁신적 디자인으로 가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동차 전문 사이트 글로벌오토뉴스의 채영석 국장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패밀리룩으로 가는 분위기에서 현대차그룹의 경우 그보다는 몇 개의 아이콘으로 독창성을 만드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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