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기념 공원 최적지” vs “시민공원 정체성 훼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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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산시, 시민공원 내 역사관 추진

독립기념공원 병기·사무동 활용
광복회 “상징성 높고 접근성 좋아
흩어진 자료 모아 역사 조망 시설로”
환경단체 “공원 내 휴식공간 훼손
이미 온갖 시설물 공원 성격 해쳐”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 부산 독립운동 역사를 기념하고 추모할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을 짓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인다. 부산시민공원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에 부산 독립운동 역사를 기념하고 추모할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을 짓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인다. 부산시민공원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독립운동 역사를 기념하고 추모할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 건립 예정지가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부산독립운동역사관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역사성과 접근성이 뛰어난 시민공원 내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 건립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건립 취지는 공감하지만, 부산시민이 일궈낸 공원을 훼손하고 공간의 성격을 바꾸면서까지 시민공원에 조성할 이유는 없다며 반발한다.


부산시는 독립유공자 유족과 시민단체 등의 뜻을 수렴해 부산의 항일독립운동 역사를 한곳에 담는 독립운동기념공원과 역사관을 부산시민공원에 조성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시민공원을 ‘부산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병기하는 안과 공원 내 시설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원 내 시설물을 추가로 짓거나 건물을 높이기 힘든 상황인 만큼 공원 내 시설 중 가장 규모가 큰 사무동이 검토 대상이다.

추진위는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 건립 사업이 첫발을 뗐다며 시의 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부산독립운동기념공원·역사관 건립 시민토론회’에서 추진위와 광복회 부산지부가 공동으로 ‘부산독립운동기념공원·역사관 건립 건의문’을 채택해 박형준 시장에게 전달했다. 건의문에는 시민공원에 ‘부산독립운동역사관’을 조성하고, 공원의 명칭을 ‘부산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부여해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의 장으로 조성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추진위는 시민공원이 부산지역 역사성과 상징성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접근성도 뛰어나 독립기념공원 위치로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기존 시설물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부산 전역에 흩어진 독립운동 관련 시설물을 모아, 부산 독립운동 역사를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기념공원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이미 마련돼있다는 것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지난 100년 동안 이방인들이 차지하다가 부산시민이 되찾은 시민공원은 부산에서 굉장히 역사성이 깊은 곳”이라며 “기존 시설물을 활용해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공원에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해 관광 명소로 거듭난다면 부산의 역사를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민공원에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 건립이 진행되려 하자 지역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독립운동기념 공원·역사관의 건립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민공원이 적지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부산시는 독립운동기념공원 건립에 따른 부지 선정에 대한 폭넓은 여론을 수렴하고 숙의하고 부산독립운동역사관 건립추진위는 부산시민공원 내 건립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민공원이 명칭에 부합하는 공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시민’을 위한 공원의 정체성과 도시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공원 내 빈터는 시민의 쉼터이자 그 자체가 공원을 규정짓는 중요 요소인데, 이미 시민공원 내 많은 건축물 조성으로 공원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으로 시민공원의 공원시설률은 상한선인 40%에 육박한다. 도시공원에 대한 특성과 기능을 축소하면서 다른 목적으로 공간을 조성하려는 편의적인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체는 “시민공원은 152만 부산시민의 동참과 지역 시민사회가 한마음으로 쟁취했던 미군기지 하야리아 반환운동의 결과물로 시민의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공원이 됐고 부산시민운동의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시민참여의 숲이 별도로 조성되기까지 했다”며 “10년이 되기도 전에 이미 부산시민공원은 여러 건축물 조성으로 상처를 입고 있다. 공원의 성격과 기능에 관계없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목적성 건물을 집어 넣거나 기존 시설물의 성격마저 바꾸는 관행은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는 시민공원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보존하고 부산지역 역사성을 품은 다른 곳을 역사관 건립 후보지로 제안했다. 단체는 “일신여학교, 정공단이 근처에 있고 폐교된 좌성초등 부지 등을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동래사적공원 무허가 주택 철거부지를 비롯해 55보급창이나 북항재개발지 북항 1부두 창고시설을 활용한 기념관 건립을 통해 지역의 재생과 역사성의 결합을 도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민공원 내 기존의 시설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라며 “반대하는 시민들이 있다면 이해와 설득의 과정을 거치고 의견을 종합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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