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 밤 새 수백 마리가 둥둥…통영, 거제서 고수온 의심 떼죽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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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 관통 후 수온 편차 커져
고수온 피해 추정 집단 폐사 잇따라
통영 산양읍 연안서만 15건 접수돼
거제 일부 양식장에서도 우럭 폐사
주말 폭염·국지성 호우가 최대 고비

경남도 최대 양식 활어 산지인 통영시 앞바다에서 고수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양식 어류 떼죽음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서남해수수협 김성훈 조합장이 떼죽음 피해 신고가 들어온 산양읍 양식장을 돌며 어민들 이야기를 듣고 있다. 독자 제공 경남도 최대 양식 활어 산지인 통영시 앞바다에서 고수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양식 어류 떼죽음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서남해수수협 김성훈 조합장이 떼죽음 피해 신고가 들어온 산양읍 양식장을 돌며 어민들 이야기를 듣고 있다. 독자 제공

“겨우 한숨 돌리나 했는데…” 경남 남해안 어류 양식업계가 비상이다. 태풍 관통 이후 누그러지는 듯했던 바다가 다시 끓어오르면서 일부 양식장에서 고수온 의심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종잡을 수 없는 바다에 어민들은 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17일 통영시에 따르면 도내 최대 양식 활어 산지인 산양읍 일원에서 고수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류 폐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주말 직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접수된 신고만 15건. 당장 어민들이 수거한 폐사체만 80t 이상이다. 대부분 마리당 500g 안팎의 다 큰 성어들로 줄잡아 14만 마리가 넘는 양이다. 주로 수심이 얕아 수온 변화가 심한 내만에 자리 잡은 양식장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최근 2~3일 사이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 마리가 허연 배를 드러낸 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피해 어장주 주장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피해량은 집계하지 못한 상태”라며 “정확한 폐사 원인은 국립수산과학원 합동분석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인접한 거제시의 경우, 아직 관할 기관에 피해 신고가 들어오진 않았다. 하지만 통영과 마찬가지로 육지와 가까운 일부 어장을 중심으로 하루 수십에서 수백 마리씩 폐사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폐사 어종 태반은 우럭(조피볼락)이다. 우럭은 찬물을 좋아하는 한류성 어종으로 생존 한계가 27도 안팎일 정도로 고수온에 취약하다. 경남 앞바다에서 사육 중인 양식 어류의 절반 이상이 우럭이다. 전체 입식량 2억 5400만여 마리 중, 1억 3500만여 마리에 달한다. 참돔, 감성돔, 돌돔 같은 돔류는 난류성이라 그나마 버티지만 이 돔들 역시, 30도를 웃도는 고수온엔 속수무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안 수온은 오르락 내리락 널뛰기를 하고 있다. 수산과학원 고수온속보를 보면 제6호 태풍 ‘카눈’ 상륙 직전인 지난 8일 28도를 넘어섰던 경남 남해 연안 수온은 폭우가 열기를 식히면서 11일 26도 선까지 떨어졌다.

산양읍 연안 양식장 우럭 떼죽음 현장. 독자 제공 산양읍 연안 양식장 우럭 떼죽음 현장. 독자 제공
산양읍 한 양식장에서 떼죽음한 우럭을 건져내 운반선에 싣고 있다. 독자 제공 산양읍 한 양식장에서 떼죽음한 우럭을 건져내 운반선에 싣고 있다. 독자 제공

덕분에 폭염의 기세가 꺾이고 수온도 진정되나 싶었지만 이후 무더위가 이어지자 바다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여기에 태풍이 몰고온 너울성 파도가 저층에 분포해 수온 상승을 억제해 주던 냉수대마저 소멸시켰다. 결국 지난 14일 관측지점(두미도) 수온이 28도를 넘어섰고, 이튿날 통영 일부 해역은 29도를 넘어 30도에 육박했다.

온도 변화가 더딘 바닷물은 1도 차이가 바깥 기온 4도 안팎에 맞먹는다. 특히 보름 넘게 이어진 고수온에 사료 공급까지 줄여 가뜩이나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진 양식어류엔 평소 거뜬히 버텨낼 작은 환경 변화조차 치명상이 된다.

실제 피해 신고가 계속되고 있는 통영시 산양읍 내만은 아직 ‘고수온 주의보’가 유지되고 있는 해역이다. 고수온 특보는 수온 상승이 예상될 때 ‘예비주의보’로 시작해 28도를 넘어서면 ‘주의보’로 대체된다. 이어 주의보 상태가 3일 이상 지속돼 집단폐사 가능성이 커지면 ‘경보’로 격상한다.

서남해수어류양식수협 김성훈 조합장은 “그 만큼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태풍 상륙을 전후해 심한 곳은 단 며칠 사이 5도 이상 차이 났다”고 짚었다. 이어 “겨우 살아남은 놈들도 지칠 대로 지친 데다, 후유증이 오래가는 고수온 특성상 한번 폐사가 발생한 어장에선 당분간 피해가 누적될 공산이 크다”면서 “조기 경보를 발령해 사전 방류 등 예방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영기 통영시장 일행이 고수온 의심 신고가 접수된 양식장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통영시 제공 천영기 통영시장 일행이 고수온 의심 신고가 접수된 양식장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통영시 제공

통영시는 이번 주말이 고수온 피해 확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선제 대응에 나섰다. 폭염과 함께 국지성 호우 그리고 대조기 영향으로 조석에 따른 수온 변동이 더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통영시 김영민 어업진흥과장은 “실시간 예찰 활동과 현장 지도를 강화하고, 신속 대응 체계를 유지해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어민들도 급격한 수온 변화에 대비해 양식장 관리요령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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