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자세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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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여는 인문학 오디세이/최진태

<몸과 마음을 여는 인문학 오디세이> 표지. 도서출판 실천 제공 <몸과 마음을 여는 인문학 오디세이> 표지. 도서출판 실천 제공

“요가 아사나(자세·몸짓)는 육체적인 효과를 넘어 심리적, 철학적, 영적 상징과 의미를 담고 있어 각각의 아사나는 수행자의 마음에 특정한 상태로 영향을 미친다. 요가에서 정확한 동작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각각의 아사나가 갖고 있는 참뜻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요가는 근골격 위주로만 하는 단순한 체조 동작이 아니라, 마음의 변화와 영적인 내면을 발견하기 위한 수행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83쪽)

<몸과 마음을 여는 인문학 오디세이>는 요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인문학적인 요소로 버무려 내고, 요가 자세에 숨겨진 비밀의 코드를 하나씩 풀어보고 재해석한 책이다. ‘요가의 향기로 세상을 보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저자인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최진태 원장은 “독자들이 각 아사나들의 상징적 의미에 대한 성찰과 사유를 통해 육체를 들여다보고, 결국에는 자신의 오감까지 제어할 경지까지 오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2021년 3월부터 <부산일보> 홈페이지에 ‘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를 연재해 왔으며 지난 5월 말 100회를 돌파했다. 책은 그동안 연재한 원고 100여 편 가운데 49편을 추려서 낸 것이다. 25년간 요가 지도자 양성에 매진해 온 저자는 요가를 매개로 문학, 역사, 철학, 자연과학, 해양 분야 등 방대한 영역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어떻게 요가를 하는 것이 중요한지 보여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왜 요가를 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책은 요가 아사나의 명칭과 설명이 먼저 나오고 그와 연관된 인문학적 스토리가 풍성하게 이어진다. 아사나 명칭은 인도 신화·전통·문화를 비롯해 동식물, 구조물 등에서 따온 것이 많다. 46쪽에 나오는 우스트라 아사나(낙타 자세)를 예로 들어보자. 우스트라는 범어로 낙타를 일컫는다. 낙타 자세에는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뒤로 넘기는 유연함과 부드러움 속에 몸을 견고히 지탱하는 단단함이 동시에 존재한다. 여기까지만 서술한다면 일반적인 요가서에 머물렀을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극한의 환경에서도 덤덤하게 삶의 내성을 키우며 살아가는 낙타의 모습을 주목한다. 작열하는 태양이 모래벌판을 달궈도 절대 피하지 않는 낙타에서 ‘아름답고 순수한 것은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피어날 때가 많다’는 웅숭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자신의 시 ‘맑은 영혼 하나 품고서/길에게 길을 물은 채/흔들리며 흔들리며/숙명인양/그 길을 간다’(‘낙타’ 중)로 마무리한다.

396쪽을 보면 저자가 직접 시연하는 ‘전갈 자세’가 나온다. 양손과 양 팔뚝을 바닥에 대고 다리와 가슴을 들어 올리며 머리를 든다. 이어 무릎을 굽히고 등 뒤로 발을 정수리 가까이 서서히 내리는 자세다. 노화를 늦추고 하지 정맥류 개선, 생식 기관 강화, 균형 감각 향상, 집중력·의지력 함양에 좋다고 한다. 저자는 이어 인류 최초의 영웅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의 주인공 길가메시가 여행 도중 전갈 인간과 만난다는 것, ‘스콜피온(전갈)’이 하와이에서 처음 만들어진 트로피컬 칵테일이라는 것 등 전갈과 관련된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한다. 또 영화, 별자리, 성경, 인도 신화에 나오는 전갈의 다양한 상징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저자는 “전갈 자세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숱한 도전에 대한 강한 응전의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며 “나약함, 좌절감, 불안감 등 마음의 동요를 일순간에 진정시키고, 강력한 투쟁력을 고양하는 자세”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책은 요가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인문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수행의 폭을 넓히고 요가 강습을 활용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최진태 지음/도서출판 실천/408쪽/2만 2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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