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도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하나… 청문회 무용론 또 ‘고개’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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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민주 대립 보고서 채택 불발
윤 대통령, 임명 강행 가능성 커
현 정부 들어 벌써 15명째 사례
“진영론 빠져 ‘알권리’ 무색” 지적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결국 시한인 21일까지 채택되지 못했다. 이 후보자도 결국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 청문회 도입 이후 역대 정부에서 이런 사례가 점차 늘면서 청문회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이벤트성 정치 공방만 주고받으며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국회 과방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는 이날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 개최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국힘의힘은 ‘적격’, 더불어민주당은 ‘완전 부적격’ 의견이 보고서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공영방송 정상화는 국민 다수의 명령이다. 이 후보자는 역할을 잘 수행할 적임자”라고 옹호했고, 민주당은 청문회까지 마친 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도저히 좁히기 힘든 간극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만간 재송부를 요청한 뒤 이번에도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이 후보자를 곧바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말 야당으로부터 ‘MB정부 언론장악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 후보자를 지명할 때부터 예상되는 수순이었다.

고위공직자가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강행되는 경우는 최근 몇 년 새 흔한 일이 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단 3건에 불과했지만 이명박 정부 12건, 박근혜 정부 9건으로 늘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25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또 2년이 지나지 않은 현 정부에선 15명의 고위공직자가 이런 코스를 밟았다. 점점 일상화되는 추세다.

배경으로는 진영 정치의 극단화가 꼽힌다. 야당은 정권의 인사 실패를 부각하기 위해 작은 흠결도 키워서 ‘낙마’라는 성과를 얻으려 하는 반면, 정부·여당은 청문회에서 밝혀진 부적격 정도에 관계 없이 지명 철회를 정치적 실패로 보기 때문에 야당 비판을 개의치 않는 경향이 짙어졌다. 여기에 강성 지지층까지 가세하면서 ‘무조건 반대’ ‘무조건 임명’ 기류가 강해졌다.

청문회가 정치적 공방의 장으로 변질돼 최근에는 공직 후보자들의 부동산 거래 내역이나 배우자 자녀의 학력, 병역사항 등 기본 신상자료도 제출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청문회를 부실하게 만드는 이런 문제들은 이제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여야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증의 허들을 높인 결과가 오히려 청문회의 검증 기능을 약화하는 아이러니로 돌아온 셈이다.

이 때문에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된 지 오래지만, 여야 모두 정권의 변화에 따라 입장을 바꾸면서 청문회의 실질화는 요원해진 과제가 됐다. 여당 시절에는 ‘과도한 신상 털기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자’ ‘배심원단을 구성해 객관적으로 적격 여부를 판단하자’며 청문회 제도의 변화를 주장하지만, 야당이 되면 이를 반대하는 ‘내로남불’은 현재의 여야가 공히 반복하는 구태다.

국회 관계자는 “20여 년 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 알권리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인사청문회 제도가 여야의 협치 부재 속에 존재 의의를 잃고 있다”며 “청문회 무용론이 국회 무용론으로 번지기 전에 여야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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