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우리가 학교에서 찾아야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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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문학평론가

대학생 자립심 과거보다 떨어져
부모와 주변 의존도 상대적 높아
무단 이석 학생에 불이익 통보
해당 학생 이의 제기·기관에 투서
부모도 이익 측면에서만 코치
훈육을 정당한 교육으로 바라봐야

오랫동안 하지 못한 말이 있다. 모든 말에는 다 때가 있다고들 하는데, 그 하지 못했던 말도 어느새 할 때가 된 것 같다. 요즘, 대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난감한 경험을 겪는 일이 과거보다 더 잦아졌다. 그 이유를 요약하자면, 과거에 비해 요즘 학생들의 자립심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대학생을 가르친 경험에 의거한다면, 요즘 대학생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이나 생활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고 부모와 주변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런데 자기 주도적 삶이나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까닭은 부모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의 부모들은 맹목적으로 자신의 자녀를 감싸는 경우가 흔하며, 그러한 자녀를 나무라는 교사(교수)를 비난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학생들이 자립하여 독립된 개체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에도, 그 준비를 부모가 오히려 해치는 경우도 있다. ‘설마’ 하는 독자들을 위해 실례를 들어 보겠다.


어느 날, 3시간 연강 수업에서 2시간째 무단 이석한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학생이 수업을 빼먹고 몰래 교실 밖으로 나간 경우에는 금방 티가 난다.

무단 이석한 학생에게 성적상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통보하고, 그렇게 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수업에서 몰래 도망친 학생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성적 상의 불이익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해당 관련 기관에 투서를 시작한 것이다. 학생이 이유 없이 수업을 빼먹고 해당 수업의 교사(교수)가 이를 지적했다면, 학생은 응당 잘못을 사과하고 교육적 처벌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이러한 불이익 자체를 감수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녀의 부모였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의 행동을 사주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을 코치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유리한 협상 결과만을 받아내려고 하고 있었다. 해당 학생과 부모는 수업과 교육의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고, 이익의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자신의 자식이 귀하다는 이유로, 회피 요령과 협박 기술을 가르치는 부모는 근본적으로 학생을 망칠 수밖에 없다. 학생과 부모에 대한 실망을 차치하고라도, 그렇게 악착같이 시행한 민원과 그 민원을 통해 얻은 부당 이득은 과연 그들에게 이롭기만 한 걸까. 한번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요즘 교실은…. 교사를 우습게 알고 학교 교육을 지배하려는 학부모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요즘 대학에서도 엄마에게 물어보고 수강 신청을 바꾸어야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고, 과제물을 엄마에게 맡기는 학생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교실은 분명 정상은 아니다.

다음 학기에도 나는 학생들을 나무라고 야단을 칠 생각이다. 학생들이 그 야단을 짜증이나 화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교실에서는 똑바로 앉도록 시킬 것이며, 수업 시간에는 컴퓨터 게임이나 채팅을 하지 못하도록 제지할 생각이다. 출석만 부르고 도망치는 학생은 반드시 찾아내서 그에 대한 불이익을 줄 것이고, 과제물을 베끼거나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에게는 낙제를 줄 것이다. 그래서 요령으로 세상에서 이익을 얻고 교육 자체를 우습게 여길 수 있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꿔 줄 생각이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들과 부모들이 이러한 훈육을 정당한 교육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도 다시 교육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오늘 고민하다 내일 죽음을 생각하며 강단에 서야 하는 모든 가르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조금이라도 나은 아이들을 길러내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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