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답게 장렬히 옥타곤 떠나는 정찬성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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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홀러웨이 상대 TKO 패
경기 후 격투기 공식 은퇴 선언
“톱 랭커 못 이겨 그만할 때 돼”

‘코리안 좀비’ 정찬성(왼쪽)이 27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메인 이벤트 페더급 경기에서 맥스 홀로웨이에게 3라운드 23초 만에 TKO패를 당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UFC 제공 ‘코리안 좀비’ 정찬성(왼쪽)이 27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메인 이벤트 페더급 경기에서 맥스 홀로웨이에게 3라운드 23초 만에 TKO패를 당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UFC 제공

‘코리안 좀비’ 정찬성(36)은 마지막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패배를 직감했지만 돌진했고, 후회 없는 일전을 마지막으로 옥타곤을 떠났다.


정찬성은 지난 27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메인 이벤트 페더급 경기에서 맥스 홀러웨이(31·미국)에 3라운드 23초에 TKO패를 당했다.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인 정찬성은 경기 뒤 팬들에게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이날 정찬성은 강타자 홀러웨이를 상대로 대등하게 1라운드를 끌어갔다. 하지만 2라운드 초반 연속 펀치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고, 목을 조르는 홀러웨이의 공격을 간신히 풀어냈다.

이미 다리가 풀리고 체력이 소진된 상황. 정찬성은 그대로 주저앉기보다 공격을 선택했다. 3라운드 시작과 함께 돌진하며 주먹을 휘둘렀지만, 홀러웨이의 카운터 펀치에 안면을 허용하며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경기 후 정찬성은 인터뷰를 통해 “그만할게요. 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안 나네”라며 은퇴를 선언했다. 정찬성은 “내가 그만하는 이유는 챔피언이 목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홀러웨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후회 없이 준비했다”며 “3등, 4등, 5등 하려고 격투기를 한 게 아니라 챔피언이 되기 위해 해 왔다. 톱 랭커들을 이기지 못하기에 이제 냉정하게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정찬성은 글러브를 옥타곤에 내려 놓은 후 팬들에게 큰절을 하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감정이 북받치는지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던 정찬은 눈물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UFC는 정찬성이 퇴장하는 순간 그의 테마곡인 크랜베리스의 ‘좀비’를 틀었다. 퇴장 때 패자의 테마곡을 트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홀러웨이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정찬성은 방패를 들고 쓰러지길 원치 않는다. 그는 언제나 칼을 휘두르다 쓰러지길 원한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이로써 정찬성은 종합격투기 통산 17승 8패, UFC 전적 7승 5패를 남기고 전설의 무대로 사라졌다. 비록 챔피언이 되지 못했지만, 두 차례 타이틀 도전과 10연속 메인이벤트, 6회 피니시승(페더급 공동 3위)을 기록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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