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산 주 금고’ 잡기 ‘군침’… “지역 기여도 높여 평가해야”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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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등 70% 내년 계약 만료
13곳 모두 부산은행 주 금고 거래
시중은행 견제·도전 격화 양상
선정 평가 ‘금융 점수’ 과다 배정
지역 공헌도 배점 절반 이하 책정

부산 지자체·교육청 주 금고를 둘러싼 은행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까지 이들 기관 중 주 금고 계약이 만료되는 곳이 70%에 달한다. 향후 새 주 금고 계약 과정에서 지역 내 종합 기여도를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지자체와 교육청 가운데 금정, 동래, 연제구청 등 3곳은 올해, 부산시와 부산교육청, 해운대·부산진·북·남·사상·수영·서·중구청 등 10곳은 내년 주 금고 계약 기간이 종료된다.

현재 구도는 BNK부산은행의 방어전으로 설명된다. 올해와 내년에 계약이 만료되는 13개 기관 주 금고는 모두 부산은행이다. 1금고 체제인 교육청을 제외한 12개 가운데 부산시·연제·사상구청은 KB국민은행, 금정·동래·중·부산진·수영·남·북·해운대·서구청은 NH농협은행을 2금고로 두고 있다.

금정, 동래, 연제구청을 제외한 10곳은 주 금고 계약기간이 1년 이상 남아 아직 시중은행들이 공식적으로 도전 의사를 표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들어 부산은행을 향한 경쟁 은행들의 견제가 격화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부산신용보증재단을 통한 지역 발전 대출 재원 출연금 경쟁이다. 2021년 21억 원, 2022년 19억 원을 출연한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52억 원으로 규모를 대폭 확대했으며 농협은행도 2021년과 2022년 각각 18억 3300만 원, 15억 2400만 원을 지원하다 올해 3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린 상황이다. 부산은행은 올 상반기 70억 원을 냈다.

은행권이 지자체 등의 주 금고 계약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에 나서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우선 정부 교부금과 지방세 세출 등의 출납업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기관별 세입 기준 올해 예산을 보면 부산시는 15조 3277억 원이며 기초단체들도 많게는 8164억 원(기장군청), 7835억 원(해운대구청), 7320억 원(부산진구청), 6386억 원(사하구청) 등으로 은행에게는 ‘우량 고객’인 셈이다. 또한 직원을 상대로 다양한 금융 영업 효과를 누릴수도 있으며 기관 대표 은행이라는 점을 앞세워 지역 내 이미지 제고도 가능하다.

이처럼 주민의 혈세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만큼 지역 사회 기여도가 최우선 평가 요소여야 하지만 실제 평가 기준은 이와는 다소 괴리가 있다. 각 기관은 조례와 규칙 등을 통해 주 금고 선정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분야 평가에 점수가 다소 과하게 배정돼 있다는 점이다. 부산시의 경우 총점 100점 가운데 ‘금융기관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전성’(25점), ‘부산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20점), ‘금고 업무 관리 능력’(23점) 등 금융분야 평가 점수가 68점에 달한다.

특히 대출, 예금 금리의 경우 부산은행과 DGB대구은행 등은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신용등급이 ‘AAA’이지만 영업 범위가 지역에 제한된다는 이유로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선순위 0.02~0.04%포인트(P), 후순위와 신종자본증권은 0.15%P 높게 책정된다.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받는 불리 요소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이다.

반면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지역사회 기여 및 부산시와의 협력사업’(7점), ‘지역재투자실적’(7점) 등 지역 공헌도 부분은 32점에 그친다.

이에 지역 기여도에 보다 무게를 둬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력은 물론, 은행의 성격에 따라 금리, 은행 운영 형태 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주 금고 평가 기준은 이러한 점들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역에 대한 공헌 사업이나 기여도 등을 종합적이고 심도깊게 평가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꼬집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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