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MBTI 맞추고 캠핑 떠나고… 1200명 몰리는 요즘 청춘 ‘짝 찾기’[MZ 편집국]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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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경쟁률 성남시 행사서 39쌍 매칭
효율·자연스러움 추구 세대 부합 인기
와인·캠핑 등 체험 결합 프로그램 대세

지난 6월 김해시청이 주관한 미혼남녀 만남 행사 중 차밭에서 진행된 프로그램. 김해시청 제공 지난 6월 김해시청이 주관한 미혼남녀 만남 행사 중 차밭에서 진행된 프로그램. 김해시청 제공

지자체가 여는 미혼남녀 만남 행사(이하 짝 찾기 행사)도 MZ 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효율성’과 ‘자연스러움’을 선호하는 세대 특성을 반영해 프로그램이 진화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경기도 성남시에서 열린 ‘솔로몬의 만남’에는 27~39세 남녀 200명 모집에 1188명이 몰렸다. 이틀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커플 39쌍이 매칭됐다. 40% 가까운 ‘매칭률’에 일부 네티즌들은 결혼정보업체나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보다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사를 주관한 성남시청은 인기 요인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꼽았다. IT 기업이 밀집한 판교 일대를 방문해 홍보하는 등 젊은 직장인들을 집중 공략했다.

참가자가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은 매칭률을 높인 요인이다. MBTI 테스트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하고 상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참가자와 번갈아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과 잘 맞는 상대를 찾을 기회도 제공됐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청년들의 결혼 인식도를 높이려는 시도”라며 “주선자가 있는 일대일 만남보다 한 번에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행사가 오히려 부담이 없어 좋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지자체 주관 대규모 짝 찾기 행사가 흥행하는 배경에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MZ 세대의 특성이 작용한다. 과거에는 이런 자리에서 ‘짝’을 찾는 일을 결혼 시기를 놓친 이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시선을 의식해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쁜 일상에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기회’로 인식한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누적된 만남에 대한 욕구가 결합하면서 단체 만남 행사가 각광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짝 찾기 행사의 또 다른 경향은 ‘자연스러움’이다. 형식적인 자기소개, 장기 자랑 등의 인위적인 프로그램 대신 취미 활동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상대를 알아가는 행사가 다수다. 대구 달서구는 2016년 결혼장려팀을 개설한 이래로 매년 다양한 규모와 방식의 만남 행사를 수시로 연다. 특히 공예 체험, 와인 클래스 등 젊은 세대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행사에서 만난 커플 중 13쌍이 결혼에 ‘골인’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취업 준비 등의 이유로 연애를 충분히 못 한 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청년들을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짝을 찾는 일을 쑥스럽게 여기는 청년들도 체험형 프로그램에는 부담을 덜 느낀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도 다음 달 23일 김해가야테마파크에서 ‘나는 김해솔로 in 캠핑’을 진행한다. 지난 6월 열린 첫 행사의 참가 경쟁률이 3 대 1에 달하는 등 호응이 좋아 추가 개최를 결정했다. 참가자들은 1박 2일 동안 카라반에서 캠핑하며 이성과의 데이트도 즐긴다. 함께 장을 보고 고기를 구워 먹는 등 엠티에 간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김해시청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작위적인 느낌을 받지 않도록 장소부터 연락처를 주고받는 방식에까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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