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공들인 부산 수영구·진주시, 수년 노력 ‘물거품’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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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예산 탓 지정 잠정중단
현 정부 유사 사업 추진도 한몫
3~5년씩 준비한 지자체들 허탈
선정된 도시도 추진 동력 상실

문체부가 ‘제5차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잠정 중단했다. 경남 진주시 문화행사 모습. 김현우 기자 문체부가 ‘제5차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잠정 중단했다. 경남 진주시 문화행사 모습. 김현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제5차 법정문화도시’ 지정이 사실상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부산 수영구와 경남 진주시를 비롯해 문화도시 선정을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공을 들인 예비문화도시들로선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제5차 문화도시 지정을 추진 중인 문체부는 지난 14일 예비문화도시 지정 지자체들을 긴급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서 문체부는 예산과 일정 등을 이유로 제5차 문화도시 지정 평가를 잠정 중단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까지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면 잠정 중단이 확정된다. 잠정 중단의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법정문화도시 지정 관련 예산으로 국비가 90억 원 정도 필요한데, 기재부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에서 ‘법정문화도시’와 별개로 ‘대한민국 문화도시’ 지정 사업이 따로 추진되는데 성격이 비슷하다는 점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면 국비 지원을 토대로 향후 5년간 150억 원 규모의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문화 발굴과 문화산업 확장을 노리고 있는 지자체들로선 지난 몇 년 동안 문화도시 지정에 사활을 걸어왔다.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첫 관문은 예비문화도시 선정이다.

지난해 9월 선정된 예비문화도시는 전국 8곳으로, 부울경 지역에서는 부산 수영구와 경남 진주시 2곳이 포함됐다.

수영구의 경우 법정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사업비 21억 1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예산은 모두 구비로 사용됐다.

‘골목에서 바다로, 누구에게나 문화도시 수영’이라는 전체 비전하에 ‘4개 골목에서 만나고·배우고·일하고 바다에서 어우러진다’는 문화도시 사업의 4가지 핵심 가치를 설정했다. 또 각 비전 별로 3개씩 12개의 사업을 발굴했다.

진주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약 30억 원 정도를 투입했다.

‘조화와 균형있는 적정 문화도시 진주’라는 문화도시 조성계획으로 경남지역에서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예비문화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시민 데이터 플랫폼과 진주문화상인, 청동다방 등 6가지 사업을 발굴해 진행하면서 안팎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영구와 진주시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비문화도시 선정 기간까지 포함하면 길게는 5년, 짧게는 3년 정도 행정력을 집중해왔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일방적인 중단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수영구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준비하며 진행된 사업들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사업으로 성과를 보이고 있기에 투입된 예산을 잃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가는 문체부의 결정에 달려 있어, 지자체는 공문만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정문화도시 대신 추진하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공모는 전국 지자체와 세종시를 대상으로 오는 11월 14일까지 신청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예비문화도시들도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일부 지자체들은 사업 중단에 따른 예비문화도시에 대한 인센티브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정부 방침을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앞서 지정된 법정문화도시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3~4년 차 지정도시들은 그나마 낫지만 1~2년 차 도시들은 사업 추진 동력이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허탈감이 크다. 몇 년 동안 노력했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일단 대한민국 문화도시 공모에 나설 예정인데, 예비문화도시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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