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112 신고 ‘부동의 1위’… 서면지구대는 ‘극한 일터’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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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일대 경찰 순찰 동행 취재

주취·폭행에 유흥가 아수라장
주말 야간 150여 건 신고 접수
신속 처리 ‘코드1’ 사건도 많아
서면 관할 지구대 ‘기피 1순위’
뇌출혈로 쓰러진 경찰 숨지기도
흉악범죄 늘어나며 업무 과중

지난 27일 0시 30분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 폭행 신고가 접수되자 서면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긴급 출동에 나섰다. 지난 27일 0시 30분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 폭행 신고가 접수되자 서면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긴급 출동에 나섰다.

지난 27일 오전 1시 부산진구 서면 1번가 한 클럽 앞. 부산 부산진경찰서 서면지구대 소속 경찰관 4명을 따라나섰다. 이들은 반원 형태로 모인 수십 명의 사람들을 순식간에 뚫고 지나갔다. 20대 남성 한 명이 욕설과 고성을 지르며 비슷한 또래의 남성을 향해 주먹을 든 현장이었다. 20대 남성은 온몸으로 제지하는 경찰을 뿌리치고 계속 상대방에게 시비를 걸었다. 20분 만에 상황은 겨우 마무리됐지만 이를 막는 과정에서 경찰관 팔은 빨갛게 부었다.

비슷한 시간대 서면의 한 유흥주점 인근에서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사람들에게 시비를 건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묻지마 범죄가 우려된다는 시민의 신고였다. 서면지구대 소속 직원 4명이 즉각 현장에 출동했다. 흉기 소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조처를 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폭행 흔적으로 차에 피가 묻어 깜짝 놀라 경찰에 신고한 차주부터 경찰관에게 성희롱하고 욕설하며 부모에게 대신 연락해 달라는 주취자까지 각종 민원으로 지구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날 야간 근무였던 부산진경찰서 서면지구대 소속 안의수 경사는 “주말 새벽 1시 서면은 전쟁터”라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한 서면의 밤은 낮보다 뜨거웠다. 안 경사의 이마에는 금세 땀방울이 맺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자 여름철 관광객이 몰리는 부산의 112 신고 건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유흥가가 밀집한 서면 일대는 폭행, 취객 문제로 해수욕장보다 더 아수라장이 된다. 서면 일대 치안을 책임지는 서면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업무에 건강까지 위협받는 실정이다.



28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7월 부산의 112 신고 건수는 총 24만 7075건으로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2.8%(2만 8119건)가량 증가했다. 신고 종류별로 보면 범죄 신고, 보호 조치(주취자), 질서 유지 등이 대부분이었다. 올해 접수된 112 신고 건수 추이를 미뤄볼 때 최근 4년 중 가장 많은 신고 건수를 기록할 것으로 경찰은 본다.

이 중 서면지구대는 부산에서 112 신고 건수 부동의 1위다. 서면지구대는 범천동과 부전동, 속칭 서면 1,2번가를 관할한다. 서면은 부산의 교통 중심으로 통행량이 많고 클럽, 주점 등 유흥가가 밀집해 폭행, 마약 등 사건 사고가 잇따른다. 112 신고는 긴급성에 따라 0~4단계로 분류하는데 통상 지구대에 접수되는 신고는 경찰에 의한 현장 조치가 필요한 코드2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서면지구대에 접수되는 사건은 접수 즉시 우선 출동해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코드1 사건이 많다. 주말 야간 근무 때 많게는 150건이 넘는 급박한 신고가 서면지구대로 접수돼 다른 지구대보다 더 바쁘게 24시간이 돌아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면지구대는 ‘죽음의 일터’로 악명이 높다. 서면지구대 소속 경찰들은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에 시달려 부산 경찰 내에서도 기피 1순위 지구대다. 실제로 지난해 2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서면지구대 소속 직원 3명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 중 한 명은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9월 숨졌다. 이들 모두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적으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지속되자 특별치안활동까지 더해져 지구대 업무는 배가 됐다. 특히 서면은 사람이 밀집한 공간이고 흉기 난동 예고 지역으로 지목된 적이 있어 경찰이 항상 예의 주시하는 곳이다. 잇따르는 흉악 범죄로 시민 불안감이 커져 관련 신고가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지구대원들은 도시철도 순찰업무까지 떠안았다. 하지만 서면지구대가 제일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대인 주말 야간 근무 인력은 총 17명이다. 휴가자 등을 제외하면 실제 근무 인원은 15명에 불과하다. 주취자와 폭행 신고 등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인력은 변함없고 업무가 배가 된 셈이다.

부산진경찰서 소속 백상오 서면지구대장은 사건이 발생하면 시민 치안과 가장 밀접한 지구대가 먼저 출동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면지구대는 부산에서 가장 바쁜 곳인데 최근 업무가 가중돼 직원들이 모든 역량을 쏟아부으며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지구대 현장 인력 충원과 적합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현장이 보다 원활하게 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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