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수욕장, 코로나 때보다 발길 줄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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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만 명대 그쳐 ‘엔데믹’ 무색
소폭 증가 광안리·송정 체면치레
날씨·해외여행 등 악재로 꼽혀도
양양·진하 등 늘어난 지역도 많아
콘텐츠 개발 등 대대적 변화 시급

해운대·송정·광안리·다대포·송도·일광·임랑 등 부산 7개 해수욕장 폐장일인 31일 해운대해수욕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해운대·송정·광안리·다대포·송도·일광·임랑 등 부산 7개 해수욕장 폐장일인 31일 해운대해수욕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엔데믹 후 첫 개장을 맞이한 부산지역 해수욕장의 피서객이 오히려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과 장마 등 기상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지만, 젊은 관광객이 유입될 수 있는 콘텐츠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부산시에 따르면 이달 30일 기준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 개장 기간 이용객은 1782만 5799명으로 집계됐다. 해수욕장 개장 마지막 날 방문하는 피서객들을 고려해도 지난해 2100만 6896명보다 약 15%가 감소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3694만 6970명)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해수욕장별 이용객은 해운대 818만 5635명, 광안리 425만 4327명, 송정 203만 3337명, 송도 212만 7000명, 다대포 115만 1500명, 일광 4만 4700명, 임랑 2만 9300명 순이었다. 해운대와 송정 해수욕장은 6월 1일, 나머지 해수욕장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운영했다. 광안리와 송정이 지난해보다 이용객이 다소 늘면서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뿐다.

올해 부산지역 해수욕장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흥행이 실패한 이유로는 기상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7월 집중 호우와 8월 발생한 태풍 카눈 등 궂은 날씨 탓에 해수욕장 입수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시민 발걸음도 끊기다시피 한 것이다.



바뀐 휴가 패턴도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부터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서 국외로 이동하려는 국내 관광객도 늘었다. 비슷한 가격이면 해수욕장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호텔·풀빌라를 찾는 일도 흔해졌다. 특별한 볼거리나 체험거리가 없으면 굳이 해수욕장을 찾지 않게 된 것이다.

이처럼 부산지역 해수욕장 방문객 감소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해수욕장 관광 콘텐츠 개발과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부산 내 해수욕장만 비교해봐도 전통적 강세였던 해운대는 방문객은 줄었고 광안리와 송정은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형 테마가 많아 방문객이 증가했다. 광안리는 드론쇼부터 광안리 나이트레이스, 드론쇼, 밀락더마켓 등 체험형 콘텐츠가 많고 송정은 서핑과 워케이션의 성지로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가 있는 공간으로 부산 관광 중심축이 옮겨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콘텐츠 개발 등 대대적인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부산지역 해수욕장이 타 지역 해수욕장과 경쟁에서 밀려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구 3만 명도 채 되지 않는 강원도 양양군은 다양한 콘텐츠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양양을 찾은 관광객은 1683만여 명으로 직전 해보다 17.1%가 증가했다. 서핑 비치는 물론이고 서핑과 야외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스트롱 비치, 야간 파티에 이르기까지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끊이질 않는다. 편리해진 교통도 큰몫을 차지한다. 2017년 서울~양양 고속도로 전 구간이 개통하면서 교통이 한층 편리해지면서 젊은 층이 크게 유입된 것이다. 부산의 대표 해운대 해수욕장과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울산시 울주군 진하해수욕장은 전면 무료화를 내세우며 관광객을 모은다. 샤워 시설과 파라솔, 구명조끼, 튜브 등 편의 용품을 무료로 빌려주면서 지난해 대비 방문객이 84.2% 증가했다.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이면서 관광객 유입을 꾀한 것이다.

관광 산업이 주요한 부산지역에서 해수욕장 방문객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색 있는 콘텐츠 개발은 물론이고 대중교통 확대, 서비스 다양화 등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윤태환 교수는 “과거와 달리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만 하는 시대는 저물었다”며 “부산 해수욕장 지역 특색과 명성에 걸맞는 여러 테마나, 타깃을 명확히 한 콘텐츠를 고민하고 개발하는 등 부산 해수욕장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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