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인구위기 한국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에 외신도 갑론을박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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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중 이민자 비율 최저 국가
세계 최저 출산율 높이려 발버둥
외신들 관심 보이며 상세 보도
부모 직접 양육 환경 조성 주장도

지난 7월 서울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한국이 세계 최저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가사와 육아를 돕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사관리사)를 시범 도입하기로 한 데 대해 주요 외신이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다. 아직도 ‘단일 민족’이나 ‘혈통’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남아 있어 인구 대비 이민자 정착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하는 한국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문을 활짝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민자 꺼리다 인구위기에 ‘백기’

미국 CNN방송은 지난 1일(현지 시간) 한국 정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소개하면서 “한국이 결혼과 자녀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가사 부담의 일부를 덜어주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100여 명의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서울에서 일을 시작한다면서 “경력 단절을 꺼리는 고학력 여성 증가, 생활비 상승과 더불어 육아·가사 부담은 한국의 혼인 및 출산 감소의 한 요인으로 거론돼 왔다”고 설명했다. 보도에는 한국의 19∼34세 성인 중 절반 이상이 결혼 후에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36.4%만이 결혼에 긍정적 시각을 지녔다는 한국 정부 보고서 내용도 담겼다. 보고서는 이번 주 발간됐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가시화하자 한국 정부는 주당 최대 근무시간을 현행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젊은층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고 CNN은 덧붙였다.

CNN은 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주노동자와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사회 경제적 구조에서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언급한 것을 인용하며 “그는 이들 지역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도입 계획을 상세히 보도하며 “이 문제는 한국의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 이민자 수용에 대한 역사적 거부감 등이 합쳐진 데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2년 역대 가장 낮은 0.78명으로 떨어져 또다시 세계 최저를 기록했고, 특히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을 기록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이 계획을 보도하며 “새로운 계획은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나라의 출산율 급락을 되돌리려는 정부의 일련의 노력 중 가장 최근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녀 양육 ‘아웃소싱’ 안 돼

로이터통신은 한국 시민사회 일각에선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직접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주당 근로시간을 더욱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민단체 폴리티컬마마스의 박민아 공동대표는 “부모들은 자녀 양육을 아웃소싱할 사람이 아니라 자녀와 함께 보낼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또 외국인 가사도우미 급여와 처우 등과 관련해서는 노동착취 우려 등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가사도우미들의 처우가 이미 열악한데 정부가 값싼 노동력을 수입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정부가 이들에게도 한국인과 동일한 9620원의 최저임금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CNN은 지난 7월 31일 한국 노동부 공개토론회에서 정부 자문단의 한 회원의 발언을 소개하며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회원은 “4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이 약 504만 원인데 나에게도 (가사도우미에게 줄) 200만 원은 너무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발언했다.

CNN은 싱가포르 등지에서 해고돼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최소 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비인간적인 처우와 학대에 시달리는 입주 가사도우미가 적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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