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보조금 직접 교부”에 시체육회 “행사 불참” 맞불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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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예산 5일까지 미지급 전제
10월 경남생활축전 등 불참 결의
지역경제 효과 큰 대회 유치 비상
“시민들 피해 우려 갈등 봉합해야”

통영시체육회는 지난달 31일 이사회서 후반기 주요 행사 불참을 결의했다. 통영시체육회 제공 통영시체육회는 지난달 31일 이사회서 후반기 주요 행사 불참을 결의했다. 통영시체육회 제공

경남 통영시와 시체육회 갈등(부산일보 8월 28일 자 11면 등 보도)이 점입가경이다. 시의 노골적인 ‘체육회 패싱’에 뿔난 체육인들이 후반기 주요 체육 행사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당장 10월로 예정된 시민체육대회, 생활체육축전부터 파행이 우려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시민사회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갈등 봉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영시체육회는 지난달 31일 제4차 이사회를 열고 통영시가 5일까지 기존 예산에 편성된 대회 보조금을 내주지 않으면 오는 10월 6일 2023년 통영시민체육대회와 10월 27일 양산에서 개막하는 제34회 경남생활체육대축전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다만 11월에 열리는 제26회 영호남생활체육대회는 시가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체육회가 사비를 들여서라도 참가하기로 했다. 통영시 내홍에 25년간 이어온 우정에 금이 가게 할 순 없어서다.

통영시와 체육회의 갈등으로 그동안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해온 각종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시체육회에는 51개 종목단체가 가입돼 있다. 산하 클럽은 400여 개, 동호인 수는 1만 6000여 명에 달한다. 단체 소속 선수들이 대한체육회나 시도체육회 주최·주관 대회에 출전하려면 지방체육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근 대한체육회가 지방체육회 사전 동의 없인 지역에서 전국단위 대회를 유치·개최할 수 없도록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체육회를 배제한 채 내년 1, 2월 치러질 ‘제20회 1, 2학년 대학축구대회’와 ‘제60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유치에 나섰던 통영시는 난감해졌다.

두 대회는 한국대학축구연맹이 주최하는 전국대회다. 특히 춘계연맹전은 그해 대학축구 첫 메이저 타이틀이 걸린 대회로 2014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통영에서 열렸다. 1, 2학년 대회도 최근 3년간 통영에서 치렀다. 출전팀이 대회 준비를 위해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지역에 미치는 경제 파급 효과는 1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시와 체육회 관계가 살얼음판이 되면서 내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양측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사사건건 부닥치며 파열음을 냈다. 지방선거 과정에 쌓인 정치적 앙금이 체육회장 선거, 사무국장 인선을 거치며 증폭된 탓이다.

시는 체육회에 대한 이례적인 특정감사에 이어, 체육회를 통하던 종목단체 보조금까지 직접 교부하며 체육회 존재를 지워나가고 있다. 심지어 체육회 사무국에는 직원 인건비와 전기료, 사무용품비 등 최소한의 운영비만 지급하고 각종 수당은 삭감하거나 없앴다. 시가 예산을 볼모로 체육회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휘준 시체육회장은 “갈등의 본질과 원인은 갑질 행정”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전국 17개 시도체육회, 228개 시군구체육회 중 통영처럼 하는 곳은 없다”며 “지금이라도 갑질을 멈추면 갈등도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통영시는 불화 책임을 체육회 탓으로 돌렸다. 이사회에 배석한 조철규 체육진흥과장은 “언제든지 시장과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돌아온 대답이 없었다. 체육진흥법 상 종목단체 보조금은 시가 직접 교부할 수 있다”며 체육회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애꿎은 시민사회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피해는 결국 시민이 떠안아야 한다”면서 “진정 지역을 위한다면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고 받아들이는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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