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교육 멈춤의 날, ‘교권 회복’ 국민 역량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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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교사들 이야기 먼저 듣고
신속한 관련 입법으로 응답해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4일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였다. 이날 부산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교사들이 병가나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석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사상 초유의 ‘공교육 멈춤의 날’이 현실화된 것이다. 특정 교원단체 주도가 아닌 일반 교사들의 집단행동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교권 추락’으로 인한 교사들의 분노가 이 정도로 분출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날에 앞서 나흘간 경기와 군산에서 세 명의 교사가 또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래를 책임질 우리의 교육이 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추락하게 되었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지역 초등교사 총 9369명 중 병가나 연가를 낸 교사는 1634명이었지만 공식적으로 임시 휴업한 학교는 없었다. 추모 집회 참석을 위해 결근한 교사가 많은 일부 초등학교에서만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들의 단체행동을 지지하면서 체험학습을 신청한 학부모들도 있어 실제로 수업이 평소와 같이 진행되지 않는 학교는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교육청에서는 이날 오후 교사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슬픔을 넘어 변화로’라는 주제로 교사 추모 집회가 열렸다. 공교육이 처음으로 멈춘 이날을 계기로 교권 확립에 대한 전 국민적인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최근 잇달아 교권 회복 방안을 내놨지만 이 같은 방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관련법 통과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교사들은 특히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하는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서적 학대 행위가 무분별하게 적용돼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학생은 책임과 배려·절제를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 학부모는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국회는 신속한 관련 입법으로 절박한 교사들의 외침에 응답해야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원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4대 종교 관련 단체들이 정부와 교육부에 대해 “슬픔을 칼로 베지 말라”고 주문한 대목에 주목한다. 이들 4대 종교 단체들이 교권보호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권 확립과 교육현장 정상화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오죽하면 지난 주말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에 무려 20만 명이 넘는 교사들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겠는가. 교사들이 부당한 현실을 호소할 때 아무 것도 안 한 교육부는 오늘날의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크다. 교사들에 대한 강경대응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닦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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