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R&D 예산 수도권 독식, 이러니 균형발전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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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이 수도권, 부산은 갈수록 하락세
정부 무관심, 지역 연구개발 역량 고사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이 갈수록 완화되기는커녕 더 심화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추진 중인 '부산연구개발특구(첨단복합지구)' 예정지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이 갈수록 완화되기는커녕 더 심화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추진 중인 '부산연구개발특구(첨단복합지구)' 예정지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이 갈수록 완화되기는커녕 더 심화하고 있다. 지역의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도 수도권에 비해 매우 ‘기울어진 운동장’ 신세로, 출발선부터 벌써 차이가 현격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영순 의원이 4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자료를 바탕으로 밝힌 R&D 예산의 지역별 지원 현황을 보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독식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내년엔 정부가 이미 전체 R&D 예산의 대폭 삭감을 밝혔다. 지역에선 R&D 지원이 더 줄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의 R&D 예산이 그동안 수도권에 얼마나 집중됐는지 보면 지역의 불만과 우려는 물론 왜 균형발전이 ‘하세월’일 수밖에 없는지도 저절로 드러난다. 지난해 산업자원부의 R&D 예산 2조 8181억 원 중 수도권에 지원된 비중은 경기(30.4%), 서울(17.1%), 인천(4.1%)을 합쳐 무려 51.6%였다. 광역시인 부산과 광주, 대구는 모두 5%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부산은 작년 4.2%로, 2018년(5.6%) 이래 매년 하락세다. 경남은 7~8%대에 정체해 있고, 울산은 겨우 2%를 넘는다. 반면 수도권은 2018년 이후 갈수록 그 비중이 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수도권만 보는 정부의 행태는 조금의 예외도 없어 보인다.

정부의 R&D 예산 수도권 몰아주기는 지역의 연구개발을 위한 기초 토양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정부의 예산 투자를 받지 못하면 지역 자체의 여력만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일은 사실상 기대하기가 힘들다. 특히 정부의 R&D 예산은 대학과 중소·중견 기업의 연구 수행을 통해 절반이 집행된다고 한다. 이를 고려하면 지역 대학과 중소·중견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 지원이 필요한 데도, 오히려 이를 줄이는 일은 완전히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대폭 삭감 방침이 발표된 내년 R&D 예산에서는 이런 측면이 반드시 감안돼야 한다. 정부는 또다시 지역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미 압도적인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에 R&D 예산마저 계속 몰아주는 것은 정부가 국가의 불균형발전을 조장하는 일과 다름없다. 한 분야라도 수도권과 대등한 수준은커녕 모든 면에서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지금처럼 간다면 지역에는 최소한의 R&D 역량 씨앗도 남지 않게 될 게 뻔하다. 그나마 남아 있는 지역 대학과 중소·중견 기업의 R&D 역량도 곧 사라질 것이다. 현재와 같은 R&D 예산의 지역 홀대는 정부가 이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R&D 예산 배정에 균형발전 요소를 평가 항목에 포함해 지역의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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