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보기 힘든 부산, 문 닫은 어린이집 1년 새 115곳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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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783개→ 올해 1446개
저출생 여파 3년 동안 20% 급감
선호 높은 ‘국공립’ 폐원 사례도
정원 못 채우는 비율도 크게 늘어
지자체 나서 최소 시설 관리 해야

저출산으로 인해 부산에서 어린이집이 해마다 급격하게 줄고 있다. 2021년 폐원한 부산 서구 아미어린이집 정문. 저출산으로 인해 부산에서 어린이집이 해마다 급격하게 줄고 있다. 2021년 폐원한 부산 서구 아미어린이집 정문.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들면서 덩달아 어린이집도 사라지고 있다. 인구 절벽으로 지난 1년 동안 부산 어린이집이 100곳 넘게 문을 닫았다. 육아 최전방을 담당하는 보육 기관이 소멸하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보육 보장선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부산시 어린이집은 1446곳이다. 지난해 8월(1561곳)에 비해 1년 동안 115개가 감소한 수치다.

어린이집이 줄줄이 문을 닫는 와중에 어린이집 정원 충족률도 날이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부산시 어린이집 정원충족률은 65.8%였다. 지난해 12월 정원충족률 73.3%에서 불과 반년도 안돼서 7%포인트가량이 급락한 것이다.

어린이집이 고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저출산 기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이는 197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로 최저치다. 특히 부산의 저출산 기조는 더욱 심각했다. ‘2023년 6월 인구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부산 출생아 수는 1만 4134명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또한 현재의 평균 출생아 수를 가늠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은 0.72로 전국에서는 서울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치였다.


어린이집 감소 추세도 출산율이 낮은 지자체 순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합계출산율 0.58을 기록해 중구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금정구는 지난 3년 동안 어린이집이 19개 감소했다. 출산율 0.60을 나타낸 사상구 경우, 지난 3년 동안 어린이집이 26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 울음소리가 귀한 원도심도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구, 서구, 동구, 영도구 등 원도심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원도심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집은 모두 104개다. 반면 2019년에는 139개로 5년 동안 25개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은 것이다.

그나마 인기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마저 저출산 돌풍을 비켜나지 못했다. 영도구에 따르면, 지난 3월과 5월에 영도구 소재의 국공립 어린이집이 원아 감소 등을 이유로 폐원했다. 영도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이 폐원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서 폐허처럼 방치된 곳도 있었다. 서구 아미어린이집은 2021년 폐원 이후 토지 소유권 등 문제로 여전히 폐원 당시 모습을 유지한 채다.

두 자녀 모두 아미어린이집 출신이라는 아미동 주민 한정윤(65) 씨는 “10년 전부터 원아가 감소하면서 힘들어 보이는 모양새였다”며 “흉물스럽게 방치돼 동네 분위기도 어둡고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최소한의 보육권 보장을 위해 동네마다 최저 보육 기준선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흐름에 맞춰 어린이집 개수를 조정하는 게 아닌 지자체가 나서서 어린이집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초의수 교수는 “어린이집이 폐원하면 해당 지역의 어린이들은 장거리 통학을 다니며 보육권을 침해받게 된다”며 “법정동을 중심으로 동네마다 필요한 최저 보육선을 정해서 지자체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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