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쓰레기와 함께 양심을 버리실 겁니까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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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쓰레기 무단투기 ‘몸살’
전역서 2000건 이상 발생
단속카메라 무용지물 전락
재활용정거장은 예산 부담

부산 시내 주택가에 버려진 쓰레기. 김준현 기자 부산 시내 주택가에 버려진 쓰레기. 김준현 기자

한해 부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무단투기가 2000건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고 재활용정거장 사업 운영에도 나서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8월 기준 부산 16개 구·군이 적발한 쓰레기 무단투기는 총 1720건이다. 앞서 2021년 3268건, 2022년에는 2697건 등 매년 2500건이 넘는 쓰레기 무단 투기가 부산 16개 구·군에서 발생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가 길거리 미관을 해친다는 내용은 각 지자체의 해결되지 않은 만성 민원으로, 그만큼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다. 특히 올여름은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음식물 쓰레기 부패로 인한 악취 민원이 급증했다. 보수동의 한 단독 주택에서 사는 주민 전 모(65) 씨는 “종량제 봉투 안에 음식물을 넣고 버리는 경우 악취뿐만 아니라 벌레가 꼬이기도 한다”며 “쓰레기 무단 투기 표지판을 붙여도 별 소용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자체 쓰레기 배출 관련 담당부서는 주로 단독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가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별도 쓰레기 수거장이 없는 단독 주택은 특정 날짜에 맞춰 대문 앞에 쓰레기를 내놓는 ‘문전수거’ 방식을 운용하는데, 행인들이 길가 쓰레기를 보고 쓰레기를 따라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 무단 투기에 대한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각 지자체가 주택가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설치한 단속 카메라도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실제로 동구청에 따르면, 동구청은 고정·이동식 단속카메라 122대를 운영 중이지만 올해 단속카메라를 활용한 쓰레기 무단 투기 적발 건수는 한 건도 없었다. 82대 단속카메라를 운영하는 사상구청도 마찬가지다. 동구청 관계자는 “단속 카메라에 찍힌 인상착의로는 불법 투기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적발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배출 단계부터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한 ‘재활용정거장’ 사업도 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재활용정거장 사업은 주택가에 이동식 분리수거대를 일정 시간 설치하는 것이다. 자원관리사가 분리수거대 옆에서 주민들의 쓰레기 배출을 지도하면서 주변 환경 미화를 해서 쓰레기 무단 투기 감소, 재활용률 향상 등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자원관리사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등 운영비 부담으로 인해 2019년 도입 이래 사업에 참여하는 기초 지자체는 올해 기준 부산진구, 해운대구, 동구 등 세 군데에 불과하다.

기초지자체 재활용정거장 사업에 대한 부산시의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관련 시 예산은 6500만 원 수준인 탓에 사업을 시행 중인 세 지자체에서 78개소에 대한 예산 지원 신청이 들어왔지만, 실제 지원은 18개소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참여 지자체도 사업 지속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통상 재활용정거장 한 군데당 500만~600만 원의 예산이 드는데 부담이 크다. 내년에도 재활용정거장 사업을 계속 시행할지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쓰레기 무단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실험적 방법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원순환시민센터 김추종 대표는 “지역민을 활용한 무단감시 프로그램 등 타지역 우수사례 벤치마킹이 필요하며, 시민 의식 향상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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