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망신살' 벡스코 정전 사태, 재발 방지책도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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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인명 피해 발생 우려 배제 못해
시설 하자·비상 대책 등 점검 서둘러야

지난 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정전으로 한 전시관 참가 업체의 기계가 고장 나 체험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일부 홀에서는 하루 종일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찜통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독자 제공 지난 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정전으로 한 전시관 참가 업체의 기계가 고장 나 체험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일부 홀에서는 하루 종일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찜통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독자 제공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가 내부 문제로 인해 전기가 차단될 경우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소방 시설도 함께 먹통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벡스코 비상발전기는 한전으로부터 외부 전기 공급이 중단될 경우에만 가동되도록 설계돼, 시설 내부 고장으로 전력이 차단될 경우 아예 가동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으면 정전과 화재 사고로 한치 앞도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캄캄한 실내에서 스프링클러나 소화전에 물을 공급하는 펌프도 작동을 멈춰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정이 이 정도라면 애초 설계는 물론이고, 수십 년 동안 안전 대책과 시설 운영이 부실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지난 1일 벡스코 1전시관에서 예기치 못한 정전 사고가 발생해 해외 바이어 및 참가객의 불편은 물론이고 고가 의료 장비가 고장 나는 등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재발 방지책조차 없는 상황에서 정전 중에 불의의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노력에도 심각한 악재로 작용할 상황이었다. ‘세계 초대형 국제 행사 유치’를 자랑하던 벡스코의 민낯이다. 정전 사고 이후 우왕좌왕하는 벡스코 측의 부족한 비상 대응 및 시설 운용 능력은 향후 감사에서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벡스코가 시설 운영과 안전 등 기본적인 역할을 등한시하고 이른바 돈이 되는 사업에만 혈안이 된 결과라는 논란마저 일고 있다고 한다. 최근 10년간 벡스코 주관 전시회의 73%가 부산시 주최 정책 중심 전시 행사였다. 대부분 부산시에 의지해 자체 섭외나 기획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무성했다. 지역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생태계 조성도 등한시해 부산의 전시컨벤션기획사 106개 사 중에서 최근 벡스코 주관 행사에 공동 참여한 경우는 한 건도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로 인해 부산은 국제협회연합(UIA)의 국제 회의 개최 도시 순위가 2013년 세계 9위에서 2021년 18위까지 추락했다. 이런 추세라면 동북아시아 전시·컨벤션 메카 지위를 노리는 부산의 위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이스 산업은 부산의 신성장 동력이다. 가덕신공항 착공과 2029년 개항으로 부산의 마이스 산업은 날개를 달게 됐다. 이런 전략 산업 전진 기지인 벡스코의 안일한 운영과 기획 능력은 부산 시민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벡스코는 물론이고, 감독을 책임진 부산시는 유사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경우 부산 도시 브랜드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시설 하자와 비상 운영 대책, 경영 전반까지 총체적으로 점검해 책임 여부를 가려야 한다. 부산을 아시아 최고의 전시·컨벤션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해 설립된 벡스코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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