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평범한 유치 계획서→ ‘부산 이니셔티브’로 전 세계 주목
[엑스포 개최지 결정 D-49]
엑스포 유치, 어떤 길 걸어왔나
정부 국정과제 채택에 민관정 결집
개최 비전 ‘부산 이니셔티브’ 제시
발전 경험 공유로 개도국 표 공략
BIE 대표단 현지실사 성황리 마쳐
대통령 직접 PT 연사 나서 총력전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를 향한 부산 대항해의 향방이 이제 49일 뒤면 정해진다. 더 큰 바다를 향한 여정을 시작할지, 아니면 숨 고르기를 하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지를 두고 말이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2030월드엑스포 유치전은 9년 전인 2014년 7월 시가 유치 추진 방안을 처음으로 만들면서 첫발을 뗐다.
이듬해 4월 이 계획서를 기획재정부가 승인했지만 이후 2019년 5월 월드엑스포 유치가 국가사업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5년 동안 계획서는 그저 평범한 서류에 불과했다. 2020년 6월에는 시가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용역에 돌입했다. 이즈음 시민들이 주도하는 엑스포 유치단체인 사단법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시는 이듬해인 2021년 6월 23일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유치신청서를 제출하고 유치전을 본격화했다. 이렇게 해서 그해 10월에는 부산 외에 러시아 모스크바,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까지 5개 국가·도시가 개최지 후보 자격으로 경쟁하게 됐다.
이어 12월에는 5개 후보국이 1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첫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탓에 BIE 총회는 온라인으로 열렸고, 안타깝게도 월드엑스포 유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국가적 동력도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렇다 할 힘을 얻지 못한 채 추진되던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는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빛을 발하게 됐다. 대통령 국정과제 속 외교 분야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국가 비전을 제시했는데, 이를 구현하는 데 있어 엑스포 유치 과정이 국가외교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월드엑스포 유치가 포함되자, 시는 물론 정부와 기업, 정치권의 역량이 한데 모아졌다. 대기업 총수들이 참여하는 민간유치위원회도 곧이어 꾸려졌다. 월드엑스포 유치가 이처럼 조직과 체계를 갖추면서, 지난해 6월 열린 후보국 2차 경쟁 PT부터는 ‘코리아 원팀’의 단합된 힘이 조금씩 발휘되기 시작했다. 뒤이어 7월에는 정부 유치위원회가 총리실 직속으로 개편돼 유치 교섭 활동을 주도해 갈 동력을 얻게 됐다.
이어 9월 4일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직접 프랑스 파리 BIE 사무국을 방문해 유치계획서를 제출했다. 11월에는 후보국의 3차 경쟁 PT가 이어졌다. 여기에 발표자로 나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부산 이니셔티브’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한국전쟁을 겪고도 70여 년 만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낸 대한민국의 발전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인류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플랫폼의 장으로 부산엑스포를 만들어 내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것이다. 부산 이니셔티브는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부산을 개도국과 연결하는 훌륭한 유치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4월 초 BIE 대표단의 현지실사가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실사를 계기로 월드엑스포 유치에 대한 국내 분위기도 한층 고조됐고, 해외에서도 실사 보고서를 통해 부산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았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전 세계에 확산됐다. 여기에 지난 6월 후보국의 4차 경쟁 PT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연사로 나서 명확하고 책임감 있는 유치 의지를 천명했고, 드디어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