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말려도 이스라엘 지상전 강행 피력… 중동전쟁 방아쇠 되나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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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지상전 연기하려 방문”
궁지 몰린 네타냐후 ‘강경’ 유지
이란 “안 멈추면 통제불능” 경고
가자지구 첫 지상 교전 1명 사망

22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 유엔 학교에 피신해 있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식량을 나눠먹고 있다. EPA연합뉴스 22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 유엔 학교에 피신해 있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식량을 나눠먹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 주요국가들이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전을 연기하거나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연일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우리는 준비돼 있다”는 태세이고, 이란은 “대량학살을 즉각 멈추지 않으면 중동은 통제불능이 될 것”이라며 또다시 전쟁 개입을 언급하고 나서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CNN방송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동맹인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들로부터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들의 석방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지상전을 연기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한 미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18일 텔아비브 방문 핵심 목적은 이스라엘에 전면적인 지상전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 즉 지상전 연기가 목적이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등 서방 6개국 정상들도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지지한다면서도 민간인 보호 등 인도주의 관련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압박했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은 연일 지상군 투입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지난 19일과 21일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과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등의 지상군 투입 예고 발언에 이어 현재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 중인 인질 협상에서도 이스라엘군은 휴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갈란트 국방장관은 또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이 계속되자 헤즈볼라가 공격 수위를 높이면 “레바논을 석기 시대로 돌려놓겠다”고 경고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으로 궁지에 몰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위기 타개책이 될 전쟁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를 아직 재임시키는 것은 전쟁 중이란 사실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전역 62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56%가 그가 전쟁 후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보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강경 모드에 이란도 압박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정치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해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의 잔혹한 범죄 중단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약 이들이 가자지구에서 반인륜 범죄와 대량학살을 즉각 멈추지 않는다면 그 어느 순간에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으며, 중동은 통제불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2일 미 ABC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지상전 가능성과 관련된 질문에 “시가전은 극도로 어려우며 속도가 매우 느리다”면서 “하마스가 건설한 지하 터널과 그들이 오랜 시간 싸움을 준비했다는 사실 때문에 한층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지상전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이스라엘이 ‘다음 단계’를 예고하며 공습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직후 22일 가자지구 영토 안에서 처음으로 양측의 무력 충돌이 있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오늘 가자지구 분리장벽 서쪽에서 하마스의 공격으로 작전 중이던 병사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양측이 가자지구 지상에서 벌인 첫 교전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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