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지표 흡수는 기본… 중립 성향 표심 잡는 게 관건 [2030 엑스포 부산에서!]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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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차 투표 역전 전략
최상 시나리오는 1차서 1위
2023년 인정엑스포 유치
아르헨티나 전략 참고할 만

주벨기에 EU대사관 전현(왼쪽에서 세 번째) 1등서기관이 지난 7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앞에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홍보 책자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주벨기에 EU대사관 전현(왼쪽에서 세 번째) 1등서기관이 지난 7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앞에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홍보 책자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와 관련해 한국의 ‘2라운드 역전’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1차 투표와 달리 2차 투표에서 ‘한국 지지’로 돌아설 국가가 많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과거 월드엑스포 개최지 투표에서도 2~4라운드를 거치면서 ‘표심’이 급변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은 2010년 등록엑스포 경쟁에서 중국 상하이에 패한 경험 등을 토대로 승리 전략을 다지고 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실시되는 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는 최후의 승자가 결정될 때까지 1개 국가씩 탈락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이 때문에 경쟁 국가가 많을 경우 투표가 4차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에 최상의 시나리오는 1차 투표에서 비교적 넉넉한 표차로 1위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2025년 엑스포를 오사카로 유치하는 데 성공한 일본이 이런 사례다. 2018년 BIE 총회에서 치러진 2025년 등록엑스포 개최지 투표 당시 일본은 1차 투표에서 85표를 얻었다. 경쟁국가였던 러시아(48표), 아제르바이잔(23표)의 표를 합친 것보다 많은 표였다. 1차 투표에서는 총 투표 수의 3분의 2를 득표해야 개최지로 선정된다. 2차 투표에서 친러 성향 아제르바이잔 지지표가 대거 러시아로 쏠렸지만 일본도 7표를 추가해 92 대 61로 승리했다.

현재 사우디와 경쟁하는 한국이 현실적으로 1차 투표에서 확실한 1위를 차지하기 어렵다고 보면 1차 투표 동점도 ‘좋은 시나리오’로 분석된다. 2023년 인정엑스포를 유치한 아르헨티나의 사례가 한국의 ‘모범 답안’이 될 수 있다. 2023년 인정엑스포 개최권을 두고 폴란드, 미국, 아르헨티나가 경쟁했다. 아르헨티나는 2017년 BIE 총회 당시 폴란드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차 투표에서 46 대 46으로 폴란드와 동점을 기록했다. 이후 2차 투표에서 미국 지지표가 대거 아르헨티나로 쏠렸고 결국 아르헨티나는 62 대 56으로 폴란드를 꺾었다.

아르헨티나의 전략은 이탈리아 지지표의 흡수를 노리는 한국에 긍정적인 참고 사례로 분류된다. 한국은 이탈리아를 지지하는 다수의 유럽 국가가 2차 투표에서 한국 지지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탈리아 지지표는 한국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 2차 투표 한국 지지로 분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은 월드엑스포 개최지 투표에서 유럽 지지표를 끌어온 전력도 있다. 2002년 실시된 2010년 등록엑스포 개최지 투표 당시 전남 여수시는 상하이, 러시아 모스크바, 폴란드 브로츠와프, 멕시코 케레타로와 경쟁했다. 1차 투표에서 1위는 상하이(36표), 2위는 여수시(28표)가 차지했다. 1차 투표에서 6표를 얻은 브로츠와프가 탈락했고 2차 투표를 실시한 결과 상하이는 2표 늘어난 38표, 여수는 6표 늘어난 34표를 얻었다. 모스크바는 1차 투표보다 2표가 줄었고 케레타로는 1차와 득표 수가 같았다. 결국 모스크바 지지표가 상하이로, 폴란드 지지표가 여수시로 옮겨온 셈이었다. 결국 2010년 등록엑스포는 상하이의 차지가 됐다.

따라서 한국은 3자 대결로 치러지는 2030월드엑스포 투표에선 이탈리아 지지표를 사실상 모두 끌어들이고 사우디 지지표 일부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과거 투표 결과를 보면 이탈리아 지지표 흡수보다 사우디 지지표 흡수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3년 치러진 2020년 등록엑스포 개최지 결정 과정에서도 남미나 중동 등의 중립 성향 국가 지지표는 2차 투표 이후 아랍국가로 향했다.

이처럼 중립 성향 국가들의 표심을 잡는 일이 관건이 되자 정부는 막판까지 광범위한 외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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