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조 투자 걸고 아프리카 ‘러브콜’… 사우디, 막판 ‘돈 잔치’ [2030 엑스포 부산에서!]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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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아프리카 국가와 정상회담
협력 로드맵 ‘리야드 선언’ 발표
국가 부채 해결 약속 자금력 과시
향후 대사관 40개 이상 확대 방침
개최지 선정 투표 앞두고 총공세

2030 세계박람회 리야드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한 파이샬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외교장관이 지난 6월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030 세계박람회 리야드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 한 파이샬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외교장관이 지난 6월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를 앞두고 ‘오일머니’를 앞세운 총공세에 돌입했다. 사우디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의 약 4분의 1을 차지해 ‘캐스팅보트’로 통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최근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추가 발표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아프리카 연합 파트너십을 내세우며 사우디에 투표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정부는 이를 예의 주시하면서 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아프리카 표심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13일 정부와 사우디 언론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최근 수도인 리야드에서 사우디·아프리카 정상회담을 열고 ‘리야드 선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상회담엔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 정상이 참석했다. 리야드 선언은 다양한 영역에 걸친 사우디·아프리카 협력 로드맵을 제시하고, 국가적 유대와 국가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우디는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과 관계를 강화한다”고 밝히면서 250억 달러(약 33조 원) 이상 규모의 투자 계획을 추가로 발표했다. 사우디는 경제 상황이 어려운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 문제 해결을 약속하면서 ‘사우디의 헌신’을 강조했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향후 10년 동안 10억 달러가 넘는 프로젝트와 아프리카 개발 이니셔티브 출범도 직접 발표했다. 아프리카 국가에 수십조 원의 투자와 부채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국가 원조 자금력을 과시한 셈이다. 또한 빈 살만 왕세자는 아프리카 연합의 G20 정회원 가입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 같은 사우디의 약속은 월드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를 보름여 앞두고 발표됐다. 사우디는 외교적 입지 확대 차원에서 아프리카 국가에서 대사관 수를 4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는 막대한 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리야드 엑스포’ 유치 의지를 드러냈다. 아프리카 투자와 리야드 엑스포를 엮으면서 우회적으로 엑스포 개최지 자국 투표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우리는 리야드에서 2030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래를 구상하는 데 기여하는 전례 없는 특별한 에디션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또 지난 수십 년간 사우디가 아프리카 46개국에 수백억 달러의 개발을 지원한 전례를 내세우기도 했다. 사우디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관광, 투자, 금융, 에너지, 재생에너지, 광업, 운송, 물류 서비스 등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50개 이상의 협정과 양해각서 서명을 강조했다. 이는 ‘경제 공동체’ ‘파트너십’으로 아프리카 연합을 공고히 한 엑스포 득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우디가 이처럼 공을 들이는 아프리카는 2030엑스포 개최지 선정의 ‘캐스팅보트’로 통한다. 아프리카 54개 중 49개국이 BIE 회원국이어서 BIE 182개 회원국 가운데 26%가량을 아프리카 국가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와 유럽이 각각 49표로 가장 많다.

정부도 사우디가 아프리카에 특히 공을 들인다는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한시적 지원이 아닌 장기적 맞춤형 지원 전략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농업과 해양 등 국가별 희망 협력 사업의 이행 약속과 무상원조(ODA) 파견 등과 함께 내년 한국에서 열릴 한국·아프리카 정상회담 개최로 아프리카와 장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프리카는 사우디가 믿는 표밭이자 집중 공략 대상 국가로 꼽힌다. 정부도 아프리카 국가를 겨냥한 유치 교섭 활동을 전방위로 벌이며 장기적인 지원 계획을 강조해 왔다”며 “국가 간 협력 사안을 긴밀히 논의해 왔기에 아프리카 표심도 일부 흡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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