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도시 부산’ 알리려 박형준 시장 지구 6바퀴 달렸다 [2030 엑스포 부산에서!]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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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서 186개 국 고위층 교섭
이동거리만 23만 8504km 달해
분초도 쪼개 살인적 강행군 펼쳐

교류 취약 험지·변방국 집중 공략
최측근 동원·개인기로 돌파 성과
김진표 의장 등 국회 든든한 우군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운명의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나흘 앞둔 현재 판세는 당초 약세로 분류됐던 부산이 이탈리아 밀라노를 제치고 ‘2강 1중’ 구도를 만들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박빙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언더독’ 부산이 리야드를 턱밑까지 추격한 것만 해도 엑스포 역사상 최대 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계와 부산시 인사들이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 회원국을 나눠 맡아 일일이 국가를 찾아다니며 부산 장점을 알리는 방식으로 각국 표심을 공략하는 ‘밀착 마크’가 주효한 것이다.

특히 엑스포 유치의 최선봉에 선 박형준 부산시장은 ‘엑스포도시 부산’의 꿈을 이루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2021년 6월 부산이 엑스포 도전장을 던진 후 이달까지 박 시장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거리만 23만 8504km로, 지구 6바퀴를 돈 거리에 달한다. 국내에서 135개국, 393명의 회원국 인사를 만났고, 해외에서는 51개국 104명과 유치 교섭을 진행했다. 박 시장이 직접 만나 지지를 호소한 해외 인사만 143개국, 497명에 달한다.

박 시장은 특히 이동거리가 멀고, 한국과의 교류가 취약해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들도 방문하기 꺼리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연안, 중남미 등 변방 험지국가를 집중 공략했다. 광역단체장 신분으로 회원국 정상들과 만남 자리를 만드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난관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당 국가 정상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소위 ‘문고리 권력’이 누군지를 파악해 지지를 호소하고, 정상과의 만남을 주선해줄 것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공략해왔다”고 설명했다. ‘문전박대’가 계속되면 박 시장의 ‘개인기’로 돌파해냈다. 한 번은 약속을 잡았던 한 회원국 대통령이 돌연 감기를 핑계로 만남을 취소할 것을 통보해왔다. 한 표가 절실한 상황에서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와 맨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수소문해 보니 진보좌파 성향의 해당 대통령이 사회운동을 한 이력이 눈에 띄었다. 박 시장은 즉시 대통령 비서실을 통해 “나도 학생운동 시절 민주화 시위를 하다 최루탄에 눈을 맞아 시력이 많이 손상됐다. 대통령을 꼭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넣었다. 얼마 안 가 즉시 대통령궁으로 들어오라는 전갈이 왔다. 대통령은 “이 중에 데모 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박 시장이 답하자 대통령은 “한국에도 사회운동을 한 지도자가 있다기에 누구인지 만나보고 싶었다”며 박 시장의 손을 잡고 회담장으로 이끌었고, 협상은 술술 풀렸다고 한다.

사우디의 막강한 자금과 ‘오일 네트워크’의 위력을 절감하기도 했다. 박 시장이 34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 한 나라 정상을 만나 지지를 간곡히 호소했을 때의 일이다. 흡족한 마음으로 귀국했더니 얼마 안 가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가 전용기로 6시간 만에 해당 국가로 달려가 표심을 다시 흔들어놨다는 얘기가 들렸다. 이후로는 박 시장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 정보가 새지 않도록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국회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김진표 국회의장의 활약상은 더욱 빛났다. 김 의장은 국회의원 해외 출장 시 부산엑스포 유치 교섭 활동을 1순위로 둘 것을 강조하고, 직접 유치 활동을 벌이면서 전 세계에 부산을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 의장은 지난 11~22일 멕시코·칠레·인도네시아 순방을 끝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마무리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75개국 700여 명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이 기간 총이동 거리는 24만km에 달한다. 지구 6바퀴와 맞먹는 수준이다.

김 의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하반기 폴란드·루마니아를 시작으로 스페인·포르투갈을 공식 방문했고, 뒤이어 르완다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IPU) 참석을 계기로 탄자니아 등 6개국 의회 정상들을 연이어 만나 부산 지지를 호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베트남·인도네시아, 투르크메니스탄, 체코·헝가리 등 고위급 인사를 만났고 지난 6월 ‘한·아세안 리더스 포럼’과 9월 ‘한·중앙아시아 국회의장 회의’, 10월 ‘2023 한·아프리카 협력 증진을 위한 국제회의’ ‘G20 의회 정상회의’, 11월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 등 무대에서 유치 활동을 벌였다.

지난 22일에는 막바지 지지세 확보를 위해 150여 BIE 회원국 의회 의장들에게 부산 지지 요청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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