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발 물류 대란에 수출 중소기업 적자 누적 ‘신음’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운임 30% 증가·배송기간도 늘어
자금 여력 부족 사태 장기화 걱정
해결 기미 안 보여 불안감 더 키워

파나마운하 통행 상황도 답답
정부 비상대응반 운영 대책 분주

지난해 11월 세계 2위 글로벌 해운 기업인 머스크가 일부 컨테이너선의 홍해 운항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작업 중인 머스크의 메탄올 연료 컨테이너 선박.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세계 2위 글로벌 해운 기업인 머스크가 일부 컨테이너선의 홍해 운항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작업 중인 머스크의 메탄올 연료 컨테이너 선박. 로이터연합뉴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컨테이너선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며 시작된 글로벌 물류 대란에 국내 중소기업이 신음하고 있다. 최근 일부 선사가 홍해 운항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부터 시작된 홍해발 글로벌 물류 대란은 한 달 가까이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27일 세계 2위 글로벌 해운 기업인 머스크가 일부 컨테이너선의 홍해 운항을 재개한다고 밝히며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 등 긍정적인 기류가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 측은 “대부분 선박은 계속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로를 이용할 것”이라고 밝힌 데다, 다른 해운사들도 홍해 운항 재개에 본격 뛰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조기 진압되지 않으면서 특히 수출 중심의 국내 기업들 피해가 커지고 있다. 화물 배송비와 기간이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허현도 부산울산회장은 “보통 우리나라에서 동유럽까지 배가 가는 데 45일 정도 걸린다. 그런데 홍해 물류 대란으로 기간이 60~70일로 늘어났다. 자연스레 운임도 20~30% 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금 여력이 적은 중소기업이 이러한 대외 리스크에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부산의 한 수출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공사 규모가 크고 마감도 긴 대형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하기 때문에 유동적으로 조절이 가능하다”면서 “반면 중소기업은 부품을 수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납부 기한이 2~3개월에 불과해 운임과 기간이 조금만 늘어도 큰 피해를 보게 된다”고 호소했다.

부산항만공사(BPA)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BPA 국제물류지원부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은 부품을 수입한 뒤 제품을 만들어 이를 다시 수출하는 구조가 많다. 늘어난 비용도 문제지만 납기를 못 맞추면 작은 기업은 아예 망하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큰 기업은 공급사를 바꾸거나 돈을 더 얹어 항공으로 보낼 수 있는데, 중소기업은 이런 대응을 할 여력이 없어 이번 물류 대란이 악몽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물류 대란이 언제 해소될지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21년에도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되며 통행이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선사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대신 운하 재개를 기다렸고, 실제로 곧 통행이 재개되며 큰 문제로 번지지 않았다. BPA 관계자는 “이번 물류 대란은 언제 해결될 건지 불확실하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운하 역시 통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극심한 가뭄이 덮치며 통행 가능한 선박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파나마운하 또한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2%가 거치는 주요 항로 중 하나다.

정부도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7일 예멘 반군의 홍해 통항 선박 공격과 가뭄으로 인한 파나마운하 통행량 제한에 대한 대책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해수부는 협회와 선사 등으로 구성된 ‘홍해해협 통항 중단 비상대응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