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로 “사인 해달라”고 접근한 뒤 흉기 휘둘러
이 대표 피습 현장 상보
60대 남성 소품 챙겨 지지자 행세
취재진 비집고 들어가 돌연 범행
현장서 체포된 뒤 묵묵부답 일관
이 대표 사고 20분 뒤 119 도착
경정맥 손상돼 대량 출혈 우려
부산대병원 응급 처치 후 서울로
새해를 맞아 부산을 찾아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지지자 행세를 한 남성 김 모(67) 씨에게 습격을 당했다. ‘내가 이재명’이라 적힌 왕관을 쓴 그는 “사인을 해달라”고 접근한 후 흉기로 이 대표 목 부위를 찔렀다.
이날 사건은 가덕신공항 부지를 찾은 이 대표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차질없이 개항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직후 벌어졌다. 이 대표는 당시 “가덕신공항은 동남권 산업 경제의 새로운 출발”이라며 “무너지는 동남권 경제를 다시 살리는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공식적인 언급을 끝낸 이 대표는 오전 10시 20분께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했다. 지지자들은 “대표님 힘내세요” 등을 외쳤고, 질의응답을 마친 이 대표는 취재진과 함께 차량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 파란 종이 왕관과 뿔테 안경을 쓴 김 씨가 이 대표 앞으로 갑자기 다가왔다.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쓰고 민주당 지지자 행세를 하던 김 씨는 이 대표를 향해 다가설 때 웃는 얼굴을 짓기도 했다. 손에는 총선승리 200석이라고 쓰인 종이 아래에 흉기를 감춰두고 있었다.
뒤이어 김 씨는 “사인을 해달라”며 취재진 사이를 비집고 이 대표에게 바싹 다가섰다. 그러고 나선 갑자기 흉기를 꺼내들어 이 대표 목 부위를 향해 휘둘렀다. 피습을 당한 이 대표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주위에서는 “악”하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지 인지를 못한 이들의 웅성거림도 이어졌다.
갑작스런 피습에 이 대표 주변에 있던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급히 휴지와 손수건을 동원해 지혈에 나섰다. 사건 직후 지도부와 당직자 등은 119에 신고를 했다. 손에 18cm 길이 흉기를 든 김 씨도 곧바로 현장에서 제압됐다.
쓰러진 이 대표는 오전 10시 47분께 구급차에 탑승했다. 5분 뒤 인근 신호축구장에 도착해 소방헬기에 탑승했고, 오전 11시 13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이 대표는 외상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응급 검사와 응급 처치를 받았다. 목 부위에 1.5cm 정도 열상(피부가 찢어져 생긴 상처)을 입은 그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민주당 측은 “경정맥이 손상된 것으로 추정돼 대량 출혈이나 추가 출혈이 우려된다”고 했다. 응급 처치를 마친 이 대표는 낮 12시 40분께 헬기로 서울에 이송됐고, 오후 3시 20분에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수술대에 올랐다.
부산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한 경찰은 2일 오후 언론 브리핑을 했다. 경찰은 “김 씨가 조사 과정에서 이 대표를 죽이겠다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충남에 거주하는 김 씨는 이 대표 공격에 쓴 흉기를 지난해 인터넷에서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오후 5시 6분께 김 모씨는 수사본부가 차려진 부산경찰청에 도착했다. 김 씨는 범행 동기와 범행 계획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씨는 경찰에 포위된 채 빠르게 부산경찰청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김 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고, 범행동기와 배후 유무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당분간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매일 브리핑한다는 계획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