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김 열풍’의 그늘… 국내 김 도매가 사상 첫 1만 원 돌파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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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속 기준 1년 전보다 80% 급등
올해 12월까지 1만 원 웃돌 전망
해외 수요 급증에 재고 25% 줄어
중간 도매상 간 원초 확보 경쟁도

최근 국내산 김에 대한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김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7일 한 전통시장에 진열된 김. 연합뉴스 최근 국내산 김에 대한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김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7일 한 전통시장에 진열된 김. 연합뉴스

해외 수요 급증으로 김 가격 상승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마른김 도매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사상 처음으로 100장 당 1만 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급히 김 양식장을 추가 확보하고 계약 재배를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단기적인 가격 급등세를 막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김밥용 김(중품) 평균 도매가격은 한 속당 1만 89원으로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5603원)과 비교하면 단 1년 만에 80.1% 올랐다. ‘속’은 마른김을 세는 단위로 한 속은 마른김 100장(260g)이다.

마른김 도매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6400원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1월 6649원에서 3월 9893원으로 오른 뒤 한 달만에 1만 원을 돌파했다. KMI는 이달 가격도 1만 100원~1만 300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으며, 올해 12월까지 1만~1만 1000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KMI 관계자는 “마른김 원료인 물김의 산지 위판 가격이 오르면서 마른김 도매가격도 덩달아 가격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물김의 산지 위판 가격은 지난달 kg당 평균 2362원으로 전년 동월(980원)보다 2배 넘게 올랐다.

물론 김 가격이 오른 근본적인 원인은 급증한 해외 수요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을 중심으로 김 스낵이나 냉동 김밥 등 김을 재료로 하는 음식이 큰 인기를 끌었다. 전 세계 김은 대부분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이 생산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중국과 일본이 연근해 수온 상승으로 김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한국 김으로 수요가 몰렸다. 최근에는 환율 상승으로 미국 내 한국 김의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졌다. 상대적으로 싼 값에 김을 수입·구매할 수 있어 ‘K김 열풍’이 이어졌다. 이런 해외 수요를 등에 업고 지난해 국내 김 수출은 수산 식품 중 처음으로 1조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문제는 기존 국내 김 생산량으로는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올해 김 생산량(지난해 10월~올 4월)은 1억 4940만 속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증가했다. 하지만 해외 수요가 이를 뛰어넘으며 김 재고량은 지난달 기준 4900만 속으로 전년보다 25% 쪼그라들었다. 재고량이 줄면서 중간도매상끼리 김 가공 전 원재료인 원초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고 도매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이 됐다.

산지와 도매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마른김(중품) 10장 소매 가격은 1236원으로 전년(1017원) 대비 24%, 최근 5년 평균(923원) 대비 36% 넘게 뛰었다. 식품 기업도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맛김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일부터 마트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김 가격을 11.1% 올렸다.

정부는 고공행진하는 김값을 잡기 위해 급히 대책을 내놨다. 이달부터 마른김과 조미김은 0% 할당관세를 적용받는다. 할당관세는 국내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물품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율을 완화하는 것을 뜻한다.

또 해양수산부는 올 7월부터 축구장 3800개 넓이에 달하는 신규 김 양식장 27㎢를 개발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김 양식에 ‘계약 재배’ 방식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계약 재배는 정부가 생산자에 계약 자금 등을 지원하는 대신 연간 재배·출하 계약을 맺어 출하 시점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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