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 등불로 인간의 발부리를 비춰야 한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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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문화의 역사 / 오대혁·백창호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연등이 거리를 장식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연등(蓮燈)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연등(燃燈)이다. 연등은 불꽃의 다른 표현이었다. <연등문화의 역사>는 우리 연등회의 역사와 변천 과정을 밝힌 책이다. 인도‧중국‧한국으로 이어진 수천 년의 등불 역사를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살피고 있다. 연등을 보며 느꼈던 당대인들의 정서를 옛글과 그림을 통해 제시하고 있기에 연등 문화사로 읽힌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빈자일등(貧者一燈)’으로 알려진 난타 여인의 등불 공양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가난한 여인의 정성이 깃든 작은 등불이 가치가 더 있다는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예수 그리스도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가난한 과부의 헌금 이야기를 했다. 연등회는 9세기 신라 시대에 시작됐다. 사월 초파일에 등불을 밝힌 것은 고려 의종 때에 이르러서다.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되었다. 연등회가 처음에는 불교 행사로 시작되었지만 일반인의 참여로 국민적 축제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이다.

연등은 권력 유지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풍의 연등이 제작되었고, 일본식으로 꽃을 바치는 행사로 변질되기도 했다. 연등회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 책에도 소개된 197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법정 스님이 신문에 기고했다는 칼럼을 참고하면 좋겠다. “우리들 인간이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들 자신 속에 있는 등불을 밝히는 일이다. 그 빛으로 우선 인간의 발부리를 비추어야 한다. 우리가 태어난 것이 물고 뜯고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서로 믿고 의지해 사랑하며 인간의 길을 함께 갈 수 있도록 밝혀야 할 것이다.” 오대혁·백창호 지음/담앤북스/538쪽/3만 6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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