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아내 현명하지 못한 처신 사과” [윤 대통령 기자회견]
9일 대통령 취임 2년 기자회견
“검찰 아내 수사 엄정하게 할 것”
채 상병 특검법 등 거부권 예고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하기로
윤석열 대통령은 9일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의혹이 남을 경우 직접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국정 운영 방향과 민감한 문제를 포함한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기자회견은 100분 가까이 진행됐으며 총 20명의 내외신 기자가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에 “검찰 수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언급하는 것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따로 언급하지 않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치열하게 수사를 했다”며 “그런 수사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에 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주도로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선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하자는 의미로 이는 사실상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예고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수사 관계자나 향후 재판 관계자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열심히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진실을 왜곡해서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거나 약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임기 3년간 국정 운영 방향도 소개했다. 저출생 문제 해법과 관련, ‘저출생대응기획부’를 부총리 부처로 신설하겠다고 밝히고, 정부조직법 개정을 위한 야권의 입법 협조를 구했다. 장관은 사회부총리로서 교육·노동·복지 등 관련 분야를 통할한다. 이와 연계해 임기 내에 기초연금 지급 수준을 4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선 “어느 날 갑자기 의사 2000명 증원이라고 발표한 것이 아니라 정부 출범 거의 직후부터 의료계와 이 문제를 다뤘다”며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수요를 감안할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계획에 대해선 “각 지역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공공기관의 이전이 어떤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지역의 특성, 산업·경제의 어떤 특성 이런 것들을 맞춰서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향후 공공기관 이전의 세부 계획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집무실에서 생중계한 모두 발언에서는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3년 저와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더욱 세심하게 민생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