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원영적 사고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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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96%의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미국 심리학자 어니 J 젤린스키가 쓰고, 2008년 국내에도 번역돼 소개된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자주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것으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 22%는 사소한 것,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게다. 고민을 통해 대처할 수 있는 건 나머지 4%뿐이므로 부질없는 걱정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지 말라는 얘기다. 결국 인생의 행복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느긋하게 사는 데 있다는 뜻이다.

긍정 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은 국내외에 숱하다. 그 가운데 미국인 조엘 오스틴 목사는 더욱더 유명하다. 그가 2005년 발간한 저서 〈긍정의 힘〉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돼 수많은 사람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 넣고 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일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 〈긍정의 힘〉이 전하는 메시지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적인 말로 바꾸면 놀라운 긍정의 힘이 작용해 삶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에서 유래한 피그말리온 효과로 입증된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여인상에 이름을 지어 주고 실제 연인처럼 사랑한 결과, 조각상이 생명을 얻게 했다는 일화다. 이같이 피그말리온 효과는 무엇을 간절히 소망해 정신을 집중하면 불가능한 일도 실현된다는 긍정적 심리 현상을 일컫는다.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이 긍정적인 사고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그는 늘 ‘된다! 된다! 잘 된다! 더 잘 된다!’는 구호 속에 적극적인 경영을 펼쳐 은산해운항공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키웠다.

최근 SNS에서 ‘원영적 사고’라는 명칭의 인터넷 밈(Meme)이 유행한다.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사고방식이 너무나 긍정적인 걸 좋게 본 데서 비롯돼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끄는 콘텐츠다. 안티팬의 부정적인 게시글에 연연치 않고 활짝 웃으며 운이 나쁜 일이 닥쳐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징조로 여기는 원영이처럼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낙관론을 바탕으로 한다. 극심한 취업난 등으로 힘든 현실에 찌든 젊은 층에 용기를 주고 위안이 될 만한 초긍정적 사고다. 한편으론 자칫 지나친 낙천주의로 흘러 청년들의 도전적인 모험정신이 옅어지진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이 생긴다. 기우이길 바란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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