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발달장애인 ‘직업의 꿈’ 현실로 바꿔주고 싶어요” 정선희 느티나무의사랑 대표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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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재 제조업체 30년 운영
카페·갤러리 오픈 장애인 고용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 받아
발달장애인 미술작가 양성도

정선희 대표가 경남 양산시 동면 느티나무의사랑 카페의 갤러리에서 발달장애인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정선희 대표가 경남 양산시 동면 느티나무의사랑 카페의 갤러리에서 발달장애인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경남 양산시 동면 외곽 한 카페에 들어서자 넓은 정원과 갤러리가 눈길을 잡는다. 안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들이 함께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는다. ‘장애인의 꿈’을 현실로 바꾼 이곳 ‘느티나무의사랑’ 카페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에코백·장바구니·무릎담요 등 소비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 (주)느티나무의사랑이 운영하고 있다.

정선희 느티나무의사랑 대표는 2017년 부산에서 양산으로 사업장을 옮겨오면서 장애인에게 관심을 두게 됐다. “장애인 특수학교인 양산희망학교에서 직업 체험을 하고 싶다고 찾아왔어요. 스티커를 붙이고 물건을 넣는 포장 작업 실습을 하게 됐죠. 지켜보니까 일의 능률은 조금 떨어져도 집중력이 있더라고요.”

2년간 실습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 고용을 생각했다. “희망학교 아이들 대부분 발달장애인입니다. 주로 세탁업에 취업하는데 환경이 열악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한두 명 정도는 고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 게 출발점이 됐어요.”

이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제안했다. 장애인이 근로자 수의 30% 이상이면서 10명 이상이면 인증받을 수 있다. “지속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부분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마침 희망학교에서 바리스타와 베이커리 인력을 키우는 것을 보고 카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결심하고는 속전속결이었다. 6개월 만에 공장을 카페 아래쪽으로 옮겨가고 원래 공장 건물을 카페로 리모델링했다. “2020년 6월 카페 문을 열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말렸어요. 코로나 시국이기도 했고 외곽인데 장사가 되겠냐는 거였죠. 자신감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다행히 잘 자리 잡고 있어요.”

카페의 규모는 크지만 매출 비중은 전체 15%밖에 되지 않는다. 30년 이어온 제조업에서 수익을 내서 받쳐 주는 구조다. “생산 쪽에 근무하는 장애인은 적응을 잘하더라고요. 도와주는 선생님도 있고 다른 직원들도 실습하면서 쌓은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카페를 하니까 제조업 매출에 도움이 돼요.”

매출이 조금씩 늘면서 장애인 고용도 차츰 늘렸다. 2021년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았고 2년 차에는 장애인 직원이 전체 직원의 절반인 25명이 됐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이라고 하면 품질이 떨어지거나 비싸게 판다는 편견이 있어요. 물론 그런 업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품질·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살아남거든요. ‘의미 있는 소비’까지 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장애인 고용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부터는 장애인 작가 양성에 뛰어들었다. 느티나무의사랑은 작가를 고용하고 급여를 주고 작품 전시·판매를 통해 자립을 돕고 있다. 작품으로 굿즈를 만들어 판매·유통도 한다. 소속 작가는 현재 50명이며, 프리랜서 활동 작가도 15명이다. 그렇게 지난해 4월 부산·경남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전용 갤러리를 열었다.

“그림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관공서나 기업체 건물의 비어 있는 벽면에 그림을 걸어주고 정기적으로 바꿔 줍니다. 한 벽면에서 한 명의 작가를 키울 수 있는 급여가 나와요. 벽면을 많이 확보하는 게 숙제죠.”

정 대표는 본격적으로 장애인 작가를 양성하기 위해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올모’를 설립한다. 리노공업·sh수협은행·두나무와 공동 출자해 내달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해운대점 문을 연다. 경기도 일산점·부천점도 준비 중이다.

“해운대점에 작가가 10명 정도 들어와 있어요. 오피스텔을 빌려서 그림 그리는 공간을 제공하는데요. 부산에 유휴 공간이 많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자체나 기업이 조금씩만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 같아요. 혼자서는 다 못 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한두 명부터 고용해 보면 조금씩 용기가 생깁니다. 경쟁력 있는 업체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중요해요. 탄탄한 업체가 장애인표준사업장을 하겠다고 하면 적극 돕고 싶습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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