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역사·문화 자원 활용과 도시 공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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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컬바이로컬 대표

부산 곳곳 근현대 건축자산 산재
도시의 미래 자산으로 가치 충분
이제라도 체계적 관리 시작해야

부산은 개항 100년이 넘는 역사·문화 자원의 보고다. 특히 근대기 건축물과 토목 구조물 및 산업 유산이 도심 속에 숨 쉬는 장소가 바로 부산이다. 이러한 역사·문화 자원을 조사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5년부터였다. 당시 부산시는 근대 건축 목록화 사업을 시작으로 매년 5년 주기로 역사·문화 자원의 발굴 및 기록을 진행하였으며 약 20년간 역사·문화 자원의 아카이빙과 근대 건조물 조례 제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동아대 박물관, 백제병원, 옛 동래역사 등 국가등록유산 총 22건이 지정됐다. 그 외 시도등록유산 또한 아미동 비석마을을 비롯하여 총 5건이 지정됐다.


2023년에는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유산 지정뿐만 아니라 건축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비지정 사업도 진행됐다. 그중 하나가 국토부에서 시행 중인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업이다. 현재와 미래에 유효한 가치를 지닌 건축자산으로 공간 환경, 기반시설 등이 이에 해당된다. 주목할 점은 30년을 기준으로 하되 국내외 주요 공모전 수상작인 경우 30년이 지나지 않은 최근의 것도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렇듯 역사·문화 자원은 지역 유산으로 이제 미래 자산까지 확장되어 관점과 유형에 따른 제도적인 뒷받침에 따라 다양한 가치평가 기준이 만들어지는 추세다.

예를 들면 건축자산의 경우 역사적, 경관적,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가치도 높이 평가된다. 지역 주민의 자긍심 고취와 주민 간 교류, 집단의 기억과 보존 활용을 통해 경제적 효과를 증대할 수 있는 부분도 우수 건축자산의 평가 항목에 포함돼 있다. 시 또한 2023년 건축자산 기초조사를 통해 근현대 건축자산 총 350개를 목록으로 등록했다. 그 외 유·무형의 자산들이 지속적으로 발굴·지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발굴된 역사·문화 자원들은 문화재급 이외는 후속적인 관리·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편이다. 특히 활용의 측면만 보더라도 앞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주요한 대상인 것은 분명하나 무엇을 남길 것인지 아니면 어떤 부분이 주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세밀한 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당장 훼손되고 철거가 되더라도 누구도 아쉬울 것이 없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역사·문화 자원의 지속성을 위해서 발굴이나 기록만큼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얼마 전 부산 영도구 봉래동 미광마린타워아파트 인근 골목길 사이에 건물 담벼락이 균열해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사실 이 벽체는 조선경질주식회사 벽체로 부산의 근대 산업자산의 중요한 역할을 했던 유일한 흔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존하기 위한 기술 자문 등 전문가를 찾기 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자체 또한 조치 계획 수립을 위한 절차나 긴급 시 운영되는 패스트트랙 같은 제도가 없다 보니 건축주와 긴밀하게 협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자체는 지속적인 관리의 중요성은 알지만 공공재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또한 필요해 보였다. 소유권에 따른 구분이 아닌 지역적 가치 평가를 통한 지원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이를 계기로 지속적인 헤리티지 거버넌스 역할과 전문 인력 양성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영국 요크의 경우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의 형상 변경 시엔 지역 거버넌스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가치 평가부터 건축계획에 따른 보존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건축의 가치를 높이고 민관이 활용 방안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프랑스는 유한회사 개념으로 역사·문화 자원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발굴뿐만 아니라 거버넌스 그룹 중심으로 역사 자원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발맞춰 우리도 이러한 활동을 시작했으면 한다.

예를 들면 마을 단위 역사·문화 유산 투어프로그램, 역사 자원 스케치부터 펀드 조성까지 더불어 영국 잉글리시 헤리티지처럼 역사 유산 인증서 발급과 전문 인력 양성 등 지역민의 활동 영역이 확장됐으면 한다. 이미 유네스코도 2007년부터 21세기 도시의 과제 중 지역 내 역사·문화 자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개념 도입과 제안부터 정책 기술 사람 문화 환경 및 경제를 연결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 네트워크와 활동 가능한 거버넌스와 함께 역사·문화 자원의 적극적인 활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할 시점이 온 것이다. 홍보와 공론화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젝트와 기술적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역사·문화 자원 활용에 부산만의 색을 찾기 위한 도시 공존 프로젝트를 지금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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