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생경… 갈 길 먼 ‘창원 S-BRT’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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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전용 차로 15일 개통
기사·승객·승용차 등 불평 호소
버스 고장 시 사실상 대처 불능
“한 달 정도 지나면 안정화될 듯”


21일 오전 출퇴근 시간대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도로에 통근버스와 승용차가 운행 중이다. 강대한 기자 21일 오전 출퇴근 시간대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도로에 통근버스와 승용차가 운행 중이다. 강대한 기자

시민 불편을 감내하며 1년 만에 개통된 경남 창원시 S-BRT(고급 간선급행버스체계)가 혹평을 받고 있다. ‘도로 위 지하철’이라 불리며 새로운 대중교통 시스템 도입의 신호탄으로 기대받았지만, 아직 초기 혼란을 잡지 못한 채 허점투성이란 지적이 인다.

22일 창원시에 따르면 지난 15일 원이대로 S-BRT가 임시 개통하면서 45개 노선의 339대 시내버스가 운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 착공한 S-BRT는 시내버스의 정시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의창구 도계광장에서 성산구 가음정사거리까지 9.3km 구간에 전용 차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기존 BRT와 달리 분리 녹지대가 설치돼 물리적으로 승용차 진입을 차단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시의 의도와 달리 곳곳에서 원성이 자자하다. 시 홈페이지엔 ‘S-BRT를 없애달라’ ‘BRT 원상복구 합시다’ 등 게시글이 올라와 사업성 평가를 절하하는 데다 버스 기사와 승객뿐만 아니라 승용차 운전자까지 모두 불평 한가득이다.

20년 넘게 좌석·급행 버스를 몰고 있는 한 50대 기사는 “추월 차로가 거의 없어, 별 의미 없이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고 토로했다. 편도 1차로인 BRT 구간에서 앞서가는 버스가 승·하차를 위해 정차하면, 뒤따르는 버스들은 승객 여부를 떠나 줄줄이 멈추게 된다는 설명이다.

21일 새벽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 도로에서 라이더가 S-BRT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강대한 기자 21일 새벽 경남 창원시 의창구 한 도로에서 라이더가 S-BRT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강대한 기자

다수 승객도 “신호에 자주 걸려 체감상 일반 버스보다 더 느린 것 같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S-BRT 도입으로 교차로가 늘어나면서 신호등이 36개에서 46개로, 10개 추가됐다. 최근 홍남표 창원시장도 “저도 한 번 타보니 버스가 (신호)대기하는 시간 부분에 대해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게다가 신호 체계도 변경되면서 교통사고 우려는 커졌다. 직진·좌회전 동시 신호가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뀌었는데, 좌회전 시 양방향에서 동시에 교차로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BRT 구간 밖 일반차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들은 더욱 피로하다. 원이대로는 시간당 2000대가 오갈 정도로 통행량이 높은 시내 중심 도로라 교통정체가 만성적이다. 그런데도 S-BRT 추진으로 편도 3~4차로 널찍하던 대로가 2~3차로 줄어든 탓에 병목현상이 심화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통근버스까지 몰리는 출퇴근 시간엔 도로 사정이 한층 복잡해진다. S-BRT는 시내버스 전용이라 전세버스나 통학버스 등은 이용할 수 없다.

버스가 운행을 종료한 이후도 문제다. S-BRT 시작과 끝 지점에만 CCTV가 설치돼 있어, 도로 중간에서 오토바이(라이더)나 공유 전동킥보드(대리운전 기사) 등이 끼어들어 운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시는 차로운행 위반에 4만~6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지만 야간 단속 인력을 배치할 여력은 없다. 라이더 문 모(30대) 씨는 “몇몇 라이더들이 막차 이후 BRT 도로를 이용하는데, 도로가 뻥 뚫려 시야성이 좋고 승용차와 구분돼 있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에 시에서는 시민들이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며 차차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한 달 정도 지나면 S-BRT 시스템이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현장 안전관리와 운영상황 모니터링에 집중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또 3개월간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개통 전후 버스와 승용차 이동속도, 교통량 변화, 승객 증감 등을 분석·검토할 계획이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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