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정보 믿고 맡겼더니”… 대기업 보험 설계사가 개인정보유출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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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보험 가입자인 박 모 씨가 담당 보험설계사 A 씨의 채권자로부터 받은 문자 내용 일부. 독자 제공 B보험 가입자인 박 모 씨가 담당 보험설계사 A 씨의 채권자로부터 받은 문자 내용 일부. 독자 제공

부산 강서구에 사는 60대 박 모 씨는 지난 15일 모르는 번호로 발송된 문자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박 씨가 종합보험을 가입한 보험사의 담당 설계사 A 씨가 박 씨의 개인정보를 팔아 넘겼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박 씨는 자극적인 문자 내용에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다. 문자에는 “담당자가 사채를 쓰고 본인 부모는 물론 지인들 개인정보까지 팔고 다닌다. 본인이 변제를 못하면 주변인에게 추심하라고 한 뒤 잠수 탔다”고 적혀 있었다. 또 “지금부터 상환할 때 까지 부모, 지인 등 전부 24시간 추심 진행하겠다. 발생하는 상황은 모두 담당자를 탓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박 씨는 문자를 받은 이후 보험사 측에 항의했다. 그러나 당시 이러한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보험사 측은 며칠 뒤에야 “담당 설계사 일탈로 발생한 일”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이 일로 충격을 받은 박 씨는 “개인정보 유출로 애먼 피싱 사기 피해라도 발생하면 보험사 측이 책임 질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기업 보험사인 B손해보험의 관리 부실로 소속 보험 설계사가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황당한 소동이 빚어졌다.

23일 B손해보험 등에 따르면 고객정보를 유출한 경남 거제영업소 보험설계사 A 씨는 지난 8일 대부업체에서 소액 금전대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부업체 측에 상환을 담보하기 위해 고객 연락처를 비롯한 개인 휴대폰에 저장된 모든 연락처를 넘긴 것으로 확인된다. A 씨가 약속한 기일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대부업체 측은 휴대폰에 등록된 연락처를 대상으로 협박성 문자를 보낸 것이다.

이 문제는 B손보 측이 피해자인 박 씨의 의사와 관계없이 담당 보험설계사를 지정하면서 불거졌다. 생면부지의 타인이 느닷없이 박 씨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이다. 박 씨는 “최근 보험 계약을 변경하기 위해 B손해보험 공식 홈페이지를 접속했더니, 알지도 못하는 A 씨가 자동으로 담당자로 지정됐다”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이후 B손보 측 대응 태도는 빈축을 사고 있다. B손보 관계자는 “설계사 개인적 일탈으로, 이름과 전화번호 외에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확한 피해자 규모와 상세한 사건 경위 등을 밝히지 않고 있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고객 신상정보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보험사가 일개 설계사의 일탈로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박 씨는 해당 사건을 경찰에 고소한다는 방침이다. 박 씨는 “보험계약자들은 행여 금전, 보험 피해 입을까 전전긍긍하다가 2차 피해를 당하게 돼도 속수무책”이라고 토로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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