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키시마호 탑승자 명부 공개, 일본 진상 규명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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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 없다던 일본 주장 거짓 드러나
폭침 원인 등도 밝혀야… 국가의 책무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족 김자야 씨,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선친 김복경 씨 위패 추모.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족 김자야 씨,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선친 김복경 씨 위패 추모.

1945년 광복 직후 일본에서 강제징용자 등 한국인 수천 명을 태우고 부산항으로 향하다 폭침된 우키시마호의 승선자 명부를 일본 정부가 그동안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정보공개 청구에 응해 몇 가지 종류의 명부를 최근 공개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호 유족들의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배 침몰과 함께 승선자 명부가 사라졌다며 명부와 유사한 문서의 존재도 밝히지 않았다. 이번 공개는 명부가 사라졌다는 일본 정부의 말과 배치되는 것으로, 그들의 주장이 명백히 거짓임이 밝혀졌다. 승선자 명부가 버젓이 있었는데도 명부가 없다고 왜 거짓말을 했는지 의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승선자 명부는 해군과 기업이 각각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오모리현 오미나토 해군시설부 명부엔 총원 2429명이 적혀 있다. 오미나토 지방 복원국 장관의 1946년 4월 19일 문서에는 조선인 승객이 3735명으로 기재됐다.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호 침몰 이후 승선자가 3700여 명이고 사망자는 500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실제 사망자가 최대 8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우키시마호는 아직 폭침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고의로 승선자 명부를 숨겨 왔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과거 일본이 발표한 우키시마호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는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조사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명부의 내용,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역사정의특별위원회도 제22대 국회에서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한참 늦었지만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나선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동안 우키시마호 생존자들은 일본 정부가 침몰 경위는 물론이고 사망자 수를 은폐·축소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참에 일본 정부는 진심이 담긴 사과와 함께 승선 명부를 언제부터 보관해 왔고, 왜 은폐했는지 등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광복 80주년이 되도록 우리는 우키시마호 폭침에 대해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이제 우리의 대응은 달라져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일본 정부에 진상 규명을 촉구해야 한다. 아울러 일본 정부도 신속히 나서 진상 규명에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우키시마호 희생자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배상은커녕 그들의 유해 송환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폭침 생존자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따라서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일본에는 우키시마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양심들도 있다. 과거사를 반성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전향적인 자세로 협조하길 바란다. 이게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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