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정상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공동 이익”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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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기시다·리창 총리
3국 정상회의 공동선언문 채택
북한 비핵화 목표는 담기지 않아
중국의 한미일 협력 경계심 반영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중국이 27일 4년 5개월 만에 서울에서 3국 정상회의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는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열고 정상회의 정례화와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노력을 약속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2019년 중국 청두에서 열린 제8차 회의 이후 약 4년 5개월간 중단된 3국 협력체제의 복원과 정상화에 합의한 것이다. 회의에서는 외교·안보 현안 이외에도 통상·인적 교류 분야 등의 협력 방안이 중심 의제로 다뤄졌다.

우선 한일중 3국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공동의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데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한일중 3국 공통의 핵심 이익인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이뤄져야 한다”며 “유엔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도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안정이 일중한 3국의 공동의 이익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강조했고, 리창 중국 총리는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추진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원칙론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 공동선언에는 ‘북한 또는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문구는 담기지 않았다. 한일중은 역대 정상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 목표를 놓고서 이견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8년 12월 1차 정상 회의 때 ‘앞으로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문구가 담긴 것을 시작으로 거의 매번 정상회의에 관련 문구가 담겼다.

이와 관련, 비핵화 목표가 합의문에 명시되지 못한 데 대해 중국이 미국과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북한을 두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창 총리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북핵 비판 발언에도 불구하고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직접 겨냥하는 대신 한국, 미국, 일본 등 주변 관계국 모두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한일 양국과 중국이 오랜만에 재개된 3국 정상회의에서 북한 비핵화와 인공위성 도발을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인 것은 현 정부 들어 한층 가까워진 한미일 삼각협력 관계를 바라보는 중국의 경계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들은 경제·통산 분야 협력 강화 방안도 선언에 포함했다. 3국 정상은 “3국 자유무역협정의 기초로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투명하고 원활하며 효과적인 이행 보장의 중요성을 확인한다”며 “고유의 가치를 지닌, 자유롭고 공정하며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상호 호혜적인 FTA 실현을 목표로 하는 3국 FTA의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3국은 해양생물 자원의 보전과 효율적 이용을 위해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인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을 종식시키고자 약속한다”며 “다양한 수단을 통하여 IUU 어업을 예방, 억지하고 근절하기 위한 강력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정상들은 “시장의 개방성을 유지하고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며 공급망 교란을 피한다”는 약속도 재확인했다. 또 신종·재발 감염병 대응 협력을 포함한 보건 분야에서 3국 협력을 위해 ‘미래 팬데믹 예방·대비 및 대응을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밖에 내년에 세 나라에서 각각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에 대한 성공적 개최 지원도 약속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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