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폐업 직전 수강료 ‘꿀꺽’한 필라테스 학원...경찰 수사 착수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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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필라테스 학원 수강료 받고 갑작스레 폐업
폐업 하루 전에야 수강생들에게 폐업 사실 알려
수강생 사기 주장하며 고소장 잇따라 접수
이날 파악된 피해 금액만 2300만 원 상당

부산 남부경찰서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남부경찰서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필라테스 학원 원장이 폐업 직전까지 별도 공지 없이 수강료를 받다가 잠적하는 일이 발생했다. 금전 피해를 본 회원만 수십 명으로 확인됐고 피해 금액도 수천만 원에 달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남부경찰서는 남구 용호동의 한 필라테스 학원 A 원장을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원장은 회원 다수로부터 수강료를 받은 상태에서 지난 27일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학원 문을 닫았다.

A 원장은 폐업 직전까지 별도 공지 없이 수강료를 계속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필라테스 학원은 이달 초까지 “선착순 5분 모집 마감” 등 문구로 회원 등록을 유도했다.

수강생들은 정작 폐업으로부터 불과 하루도 안 남은 시점에 해당 사실을 알게 됐다. A 원장은 지난 26일 오후 10시께 문자 메시지를 통해 “미리 말씀드리고 천천히 폐업을 진행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며 폐업 소식을 수강생 전체에게 알렸다.

뒤늦은 알림 탓에 폐업 일주일 전에 수개월 치 수강료를 납부한 사례도 나타났다. 수강생들은 해당 학원이 동네에서 7년 넘게 영업했기에 더욱더 의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수강생 B 씨는 “수강 만료 기간이 다가오니까 자연스럽게 4개월 치 수강료 40만 원 상당을 결제했는데, 일주일도 채 안 돼서 폐업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최대 170만 원까지 학원에 미리 결제한 사람도 있어서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폐업 소식 이후 A 원장과 연락도 잘 닿지 않고 환불을 요구해도 얼버무리기에 급급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피해자들은 A 원장의 사기를 주장하면서 경찰에 고소장을 잇달아 접수하는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기준 경찰 측에 고소장을 낸 피해자는 30명 내외다. 이들의 피해 금액은 2300만 원 상당으로 집계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크다. 피해를 호소하는 수강생들이 별도로 만든 카카오톡 단체방에는 이날까지 60명이 넘는 사람이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폐업 직전 필라테스 학원 수강생은 모두 190여 명으로 추정된다.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하면 수천만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A 원장은 수강료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말했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폐업한 탓에 완전한 피해 보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A 원장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회원 200명에 대해 수강료 10%만큼을 환불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병행하며 A 원장을 소환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폐업 직전 수강료를 받은 행위에 대해 사기죄 적용이 가능한지 수사를 해봐야 한다”며 “A 원장과 통화는 마친 상태로 추후 경찰서로 소환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일보> 취재진은 A 원장의 정확한 입장과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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