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초량천 생태하천 연장 취소… 316m로 끝나게 된 하천 복원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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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구간 복원 안 하기로
109m 일대 환경 개선 결정

부산 동구청이 올 4월 모기 등 해충을 없애기 위해 초량천에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동구청 제공 부산 동구청이 올 4월 모기 등 해충을 없애기 위해 초량천에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동구청 제공

부산 초량천 생태하천을 2단계 구간까지 복원하려던 사업이 취소됐다. 동구 초량육거리에서 부산고 입구까지 하천을 연장하는 대신 도로만 정비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1단계 구간 공사가 예상보다 길어진 데다 악취와 교통 문제 등을 일으킨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 동구청은 초량천 복원과 연장 사업 내용을 변경해 환경 개선과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동구 초량동 초량육거리부터 부산고 입구까지 109m 구간에 생태하천을 연장하는 대신 보도를 정비하면서 차도 등 교통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초량천이 복개된 시점은 1977년이다. 2010년 환경부와 부산시가 서울 청계천처럼 만들기 위해 초량천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8년 끝낼 예정이던 공사는 늘어난 보상비와 설계 변경 등 여파로 1~2단계로 사업이 분리됐다. 결국 2021년 10월 1단계 구간 316m 공사가 마무리됐고, 2단계 구간 109m는 2022년 10월 1억 7900만 원을 들여 용역을 진행 중인 상태다.

동구청은 주민과 상인 요구를 최우선으로 반영해 계획을 바꿨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주민설명회에서 2단계 구간은 도로와 보도 환경을 정비하고, 1단계 구간은 초량천 일대 활성화로 사업 변경을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부산 동구 초량천 생태하천 2단계 구역에 포함되는 도로. 하천 복원을 연장하는 대신 주변 환경을 정비하기로 결정했다. 동구청 제공 부산 동구 초량천 생태하천 2단계 구역에 포함되는 도로. 하천 복원을 연장하는 대신 주변 환경을 정비하기로 결정했다. 동구청 제공

동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1단계 구간 공사가 7년이 걸리면서 통행 문제 등 민원이 꽤 있었다”며 “2단계 구간도 공사가 길어질 수 있는데 주변에 부산중·고교와 불백거리, 돼지갈비 골목 등이 밀집한 곳이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 인구가 많은 데다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 때문에 차량도 늘어 각종 민원과 상인 불편이 예상된다”며 “안전사고와 교통 체증 등을 다방면으로 고려해 계획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1단계 구간 공사에 우여곡절이 많았던 데다 추후 예산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 등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복원된 초량천은 수질과 악취 문제 등을 겪어야 했고, 추가 연장 사업을 진행하려면 부산시 등에서 최소 수십억 원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진홍 동구청장은 “주민과 상인에게 큰 타격이 없도록 공사를 빠르게 진행하려면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부산시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공사가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애초에 한 번에 끝내야 할 사업을 1~2단계로 나눈 게 잘못됐다”며 “2단계 사업에 불안함을 느낄 주민과 상인이 많다면 도로와 상가 일대 환경을 개선하는 게 실질적으로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부산 동구 초량천 입구에 버스킹 존 등을 갖춘 광장 조감도. 동구청 제공 부산 동구 초량천 입구에 버스킹 존 등을 갖춘 광장 조감도. 동구청 제공

초량천은 부산역과 가까워 외국인 관광객 등에 접근성이 좋은 공간으로 꼽힌다. 1단계 구간이 시작되는 광장에는 흉물 논란에 휩싸인 작품 ‘초량살림숲’을 이전한 후 버스킹 존을 마련한 상태다. 생태하천 연장이 취소된 2단계 구간 일대에는 불백거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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