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동시동화나무의숲 “동화 가득 열렸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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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호 ‘통권 100호’ 경사 맞아
1일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에
전국 동시·동화인 150명 몰려


14회 열린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수상자 윤미경 작가가 특별 제작한 상장을 받고 있다. 14회 열린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수상자 윤미경 작가가 특별 제작한 상장을 받고 있다.

혹시나하고 내비에 ‘동시동화나무의숲’을 쳐 보니 정말로 그런 게 나온다. 경남 고성군 대가면 연지리. 말로만 듣던 그 숲을 찾아나선 길이었다. 넓은 주차장에는 이미 차들이 꽤 많았다. “설마 이 차들이 모두….” 그랬다. 행사장인 열린아동문학관에는 전국의 동시·동화인들이 150명 넘게 찾아와,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부산에서 발행되는 아동문학 계간지 <열린아동문학>이 2024년 봄호로 통권 100호라는 경사를 맞은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1일 동시동화나무의숲에서 14회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이 1박 2일의 잔치로 열리자 겸사겸사 전국에서 동시·동화인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14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자들이 화환을 쓴 화사한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 14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자들이 화환을 쓴 화사한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

열린아동문학관 앞에는 산딸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매년 이맘 때면 산딸나무가 어김없이 꽃을 피워 열린아동문학상의 계절이 왔음을 알린다고 했다. 시상식이 열리기 전에 동시동화나무의숲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2006년부터 조성한 이 숲은 2만 6000평에 진달래길, 구슬하늘길, 금샘오솔길, 개울둘레길, 털머위길 등 이름까지도 예쁜 여러 산책로를 자랑한다. 유아숲체험원에서는 10월까지 무료 프로그램이 열린다. 미처 보지 못한 ‘나무 위 도서관’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다가오는 수국의 계절에 ‘구슬하늘수국원’과 함께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14회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이 열린아동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14회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이 열린아동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다.

동시동화나무의숲에 사는 아동문학가들 나무와의 조우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자와 주요 필자의 나무를 1년에 16그루씩 새로 심는다고 했다. 지금까지 모두 270여 그루다. ‘이 계절에 심은 동시·동화 나무’ 돌 표지석에 낀 세월의 녹색 이끼가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4월에는 처음으로 ‘내 나무 데이’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드디어 시상식이 시작되고 오늘의 주인공 수상자들이 화환을 쓴 화사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동시 부문 ‘너머’를 쓴 차영미 작가, 동화 부문 ‘사거리반점 을숙 씨’를 쓴 윤미경 작가다. 상금 300만 원이 다가 아니다. 상장은 윤문영 화가가 화선지 위에 수상자의 모습을 그리고 수상작 일부를 써서 만들었으니 그 자체가 작품이다. 고급 이불 외에도 쌀을 비롯한 수십 개 종목의 고성 농산물이 부상으로 주어져 1t 트럭을 갖고 와야 상품을 실어 갈 수 있다고 할 정도다.


동시·동화 나무 앞 돌 표지석에 세월의 이끼가 끼어 있다. 동시·동화 나무 앞 돌 표지석에 세월의 이끼가 끼어 있다.

박선미 열린아동문학상 심사위원장은 윤 작가의 작품에 대해 “마음껏 뛰놀 시간이 부족한 오늘날 어린이들을 구해 내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전해지면서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훈훈한 작품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특별한 사연 하나를 더 전했다. 작품 ‘사거리반점 을숙 씨’의 모델이 직접 시상식에 오려고 했다는 것이다. 전남 무안의 사거리반점에는 짜장면을 배달하는 시인이 살고, 그가 이 동화에 등장하는 실제 주인공이었다.


동시·동화 나무 앞에 돌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동시·동화 나무 앞에 돌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동시동화나무의숲에서는 이처럼 동화 같은 현실이 눈앞에 자꾸 펼쳐졌다. 거기에는 40호부터 잡지 발행을 책임진 동화작가 배익천 편집인 겸 편집주간, 그의 뒤에서 발행인을 맡아 지금까지 잡지 제작비와 열린아동문학상 상금을 후원하는 홍종관 방파제 횟집 대표의 도움이 컸다. 열린아동문학 측은 “동시동화나무의숲 나무 주인공들의 작품집을 소장하는 열린아동문학관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모든 아동문학가들의 자료를 품은 한국아동문학관을 만들어 어린이들이 꼭 한 번 찾아와야 할 곳으로 성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고성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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