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1년’ 1만 7593명 피해인정…'갈길 먼 피해구제'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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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다가구·후순위 피해자 사망 이어져
LH 피해주택 매입 단 1건…매입요건 완화·LH 경매차익 지원 '보완'
피해자 단체 "선구제 후회수·LH 경매차익 지원, 양립 가능하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공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공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시행 1년 만에 1만 7593명이 피해 인정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피해구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년 한시법인 전세사기 특별법 일몰 전까지 피해자 3만 6000명가량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을 담은 야당 주도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21대 국회 마지막 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가운데 공은 다시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피해자 결정 신청 533건을 가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1일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1년간 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총 1만 7593명으로 집계됐다.

피해 신청 가운데 79.4%가 가결되고, 10.2%(2267건)는 부결됐다.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했거나 최우선변제금을 받아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는 7.3%(1601건)는 피해 인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피해자법 개정안 재의 요구 브리핑’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피해자법 개정안 재의 요구 브리핑’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논의는 지난해 2∼4월 인천 미추홀구의 20∼30대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들은 모두 인천과 경기 일대에 아파트·오피스텔 2700여가구를 보유하고 남모(62) 씨의 사기 행각에 따른 피해자였다. 남씨는 148억 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기소돼 올해 2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특별법 시행 후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죽음은 이어져 지금까지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등졌다.

특별법으로 피해자들은 금융, 임시거처, 법률, 주택매입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됐으나 갈 길이 아직 멀다.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 중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경매자금을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가 주택 매수를 원치 않는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매입한 뒤 피해자에게 시세의 30∼50% 수준에 임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LH가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사들인 피해주택은 단 1가구에 그치고 있다.

LH가 피해주택 매입을 위해 피해자들에게 받은 사전협의 신청은 지난달까지 714건이 접수됐다. 이 중 LH가 권리분석을 거쳐 매입이 가능하다고 통보한 주택은 118가구다.

정부는 그간 피해 구제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보완 방안을 꾸준히 내놓았으나, 아직까진 보완 방안의 성과가 뚜렷이 나타나진 않고 있다.

국토부는 다가구 피해자 구제를 위해 작년 말부터 임차인 전원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후순위 임차인이 뜻을 모으면 LH가 다가구주택을 통매입하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그러나 아직 매입 사례는 나오지 않았고, 현재 경기도 소재 다가구 2채가 매입 성사 단계에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 시내 부동산에 부착된 전세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서울 시내 부동산에 부착된 전세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협의매수 신청도 8건에 그쳐 저조한 상태다. 협의매수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기 전 LH가 감정가로 먼저 사주는 대책이다.

정부 지원책 중 지금까지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것은 기존 전세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거나 분할상환하도록 돕고, 주택 구입자금의 저리대출을 지원하는 금융 지원책이다. 피해자에게 LH가 인근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한 사례는 176건, 긴급 주거지원은 260건 있었다.

한편, '선구제 후회수'에 반대해온 정부는 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내용을 담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LH가 그간 매입 대상에서 제외한 '근생빌라' 등 위반 건축물과 신탁 전세사기 피해주택도 매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피해자 단체는 다양한 구제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구제 후회수', 'LH의 경매차익을 통한 구제' 모두 특별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공공의 보증금 채권 매입을 통한 선구제 방안과 정부가 제시한 LH 매입을 통한 주거안정 방안을 피해자들이 각각의 사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9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와 22대 국회 여야가 특별법 개정을 비롯한 피해구제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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