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물 풍선 살포에 GPS 교란 공격 등 복합 도발…정부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 착수”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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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발견 북한 오물 풍선 720여개…지난달 28일 이후 1000여 개
정부, 대북방송 재개 등 대응책 논의…한미 국방 당국 북한 도발 규탄

2일 경기도 시흥시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관계자가 북한이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경기도 시흥시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관계자가 북한이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 등 ‘복합 도발’을 계속하면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에 착수하겠다”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인 대응 방식으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이 언급됐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일 저녁 8시부터 남쪽으로 날리기 시작한 오물 풍선이 2일 오후까지 서울·경기·충청·경북 등 지역에서 720여개 발견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8∼29일 오물 풍선 260여개를 남쪽으로 날린 데 이어 전날 사흘 만에 살포를 재개한 것으로, 모두 합쳐 지금까지 1000개 가까이 식별됐다.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을 살포했던 2016∼2017년의 연간 살포량(약 1000개)과 엇비슷한 수치로, 당시에 비해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살포한 셈이다.

합참 관계자는 “2일 오후 1시 이후에는 북한이 부양한 풍선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살포한 풍선에도 지난번과 유사하게 담배꽁초, 폐지, 천조각, 비닐 등 오물·쓰레기가 들어있다고 합참은 밝혔다. 군 당국은 위험 물질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만큼 격추 등의 방법보다는 이전과 같이 낙하 후 안전하게 수거하고 있다. 지금까지 위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합참은 “풍선 부양 원점에서부터 감시·정찰을 실시하고 있으며, 항공정찰 등을 통해 추적해 낙하물을 수거하는 등 국민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안부, 경찰, 지자체 등 유관기관은 물론 유엔사와도 긴밀히 협조해 국민들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며 “국민들께서는 떨어진 오물풍선을 발견하시면 접촉하지 마시고 가까운 군부대 또는 경찰에 신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물 풍선과 관련,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대남 오물풍선이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며 살포를 제지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대한민국 정부에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바”라고 비아냥댔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오물 풍선이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이라며 “계속 계속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인 초대형 방사포(KN-25) 18발을 일거에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남쪽을 향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도 지난달 29일부터 계속하고 있다.

정부는 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등에 대해 “비이성적”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최근 일련의 복합 도발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NSC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해 “정상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비이성적” 행위라며 “우리 국민에 신체적 위협 가함으로써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에 착수하겠다”면서 “추가 도발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확고하고 빈틈없는 대비 태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박정희 정부 때 시작돼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천안함 피격 도발(2010년)과 지뢰 도발(2015년),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일시적으로 재개되기도 했다.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 10여 곳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고, 이동식 장비도 40여 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방송은 주로 대한민국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북한 체제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내용이며, 한국 가요를 방송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미 국방당국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만나 북한 도발을 한목소리로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며,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데도 공감했다. 신원식 장관은 한반도 정전협정 준수를 책임지는 유엔군사령부의 오물풍선 살포 관련 공식 조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또 북러 간 불법적인 무기 거래, 첨단기술 이전 등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고 지적하며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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