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관 우키시마호 명부 70종… 진상 규명 위한 대대적 조사 필요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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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자 문서 수십 개 첫 확인
피해자 규모 판단할 중요 자료
“정부가 나서 명부 확보해야”
유족회·전문가 대책위 촉구

일본 후생노동성이 공개한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일부. 일본 저널리스트 후세 유진 씨 제공 일본 후생노동성이 공개한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일부. 일본 저널리스트 후세 유진 씨 제공

1945년 8월 24일 발생해 80년 가까이 ‘미제’로 남은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이 새 국면을 맞는다. 한국인 강제징용자 승선인 명부의 존재가 속속 드러나면서, 피해 규모·사건 경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우키시마호 명부 관련 자료만 모두 70종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자료를 약 70종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야자키 마사히사 후생노동성 부대신은 공산당 고쿠타 게이지 의원의 명부 관련 질의에 “확실하게 대답할 단계는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70개 정도 명부가 있는 걸로 보인다”면서 “향후 (명부에 대해)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다면 개인정보를 포함한 승선자 명부를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관련 기관과 논의해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승선자 명부가 수십 개에 달한다는 것은 처음 확인된 사실이다. 일본 정부는 과거 생존자·유족과의 소송에서 승선자 명부를 ‘승선 시 작성해 배에 비치한 것’으로 정의하며 배 침몰로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승선자 명부도 없이 어떻게 사망자 명부를 만들 수 있냐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미야자키 부대신은 의혹에 대해 “실제 승선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시 그렇게 대응한 것 같다”면서 “법령에 의해 작성된 명부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고쿠타 의원은 이를 궤변이라고 질타하며 “정확한 승선 여부에 관계 없이 명부임은 틀림없지 않느냐”며 목소리 높였다.

현재 우키시마호 승선자 수를 두고 일본 정부는 3700여 명, 피해자들은 최소 8000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이에 일본 정부가 보관한 명부를 모두 확보·분석할 경우 피해자 규모를 대략 산정할 뿐 아니라, 국내에 있는 추가 피해자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명부 관련 자료가 수십 개에 달하는 만큼 승선자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일본 저널리스트 후세 유진 씨를 통해 공개된 명부 11종의 경우 작성 기관·단체가 대부분 다르다. 각 기관·단체가 고용한 한국인을 위주로 명부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명부 간 인물이 중복될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 오미나토 해군시설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승선 명부만 보더라도 2429명으로 기재됐다.

더불어 과거 유족과의 소송에서 중대한 증거인 ‘승선자 명부’가 누락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추가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송 과정에서 일본 측이 주장한 침몰 원인이나 관련 증거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유족회 한영용 회장은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호의 침몰 원인과 사망자 수를 밝혔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거짓말에 대해 사죄하고 관련 문서 전부를 공개하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TF를 구성해 명부의 내용과 가치 등을 분석할 방침이다. 민간에서도 유족들을 비롯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대변해온 최봉태 변호사, 김낭희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장, 전재진 우키시마호폭침진상규명회 회장 등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최봉태 변호사는 “우리 정부는 일본에 즉각 해명을 요구해야 하며, 부처별로 대응을 미루지 않도록 대통령실에서 신속 대응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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