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감독 갈아 치워야 할 저조한 성적이 전국체전 3위?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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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강재원 감독 중도 계약 해지
공단 측 “부진 땐 하차 구두 약속”
10년 넘게 팀 맡아 활기 상실 주장
감독 “10년 지도자 생활 불명예”
구단주 선수단 지나친 간섭 논란

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이 갑작스러운 감독 경질 사태를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H리그 부산시설공단-대구시청의 경기 모습. 한국핸드볼연맹 제공 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이 갑작스러운 감독 경질 사태를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H리그 부산시설공단-대구시청의 경기 모습. 한국핸드볼연맹 제공

부산시설공단(이사장 이성림)이 계약 기간이 남은 공단 여자핸드볼팀 강재원 감독에게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부산시설공단은 지난달 30일 강 감독에게 이성림 이사장의 직인이 찍힌 계약 해지 통지서를 전달하며 이달 30일부터 팀의 사령탑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공단은 강 감독의 계약 해지 통보 사유를 2023-2024시즌 정규리그와 지난해 전국체육대회 성적 부진으로 꼽았으나, 계약 당시 문서에는 이 같은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부당 해고’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단은 또 강 감독에게 남은 기간 연봉을 모두 지급하기로 한 후 새 감독 공모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어서 추가 경비 소요 등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받게 됐다.

공단 여자핸드볼팀은 최근 3년간 국내 여자부 H리그에서 전체 8개 팀 중 2021-2022시즌 3위, 2022-2023시즌 4위, 2023-2024시즌 5위를 했으며, 2022년 전국체전에서는 예선 탈락했고, 지난해에는 전국 3위를 차지했다.

공단은 “올해 1년간 강 감독과 1년 재계약에 합의한 것은 지난해 연말이었다”면서 “당시 계약서가 아닌 구두로 이사장과 강 감독이 면담을 통해 올 시즌 리그 4위 이하의 성적을 내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약속을 받아 계약 해지 통보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또 “중도에 계약을 파기하는 대신, 강 감독의 남은 임기인 6~12월까지 연봉은 계약서대로 지급하겠다”며 “오는 10월 전국체전을 대비해 선수단을 혁신시키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감독을 경질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단은 이어 “강 감독이 2014년부터 10년 넘게 팀을 맡으면서 선수단에 변화와 활기가 많이 사라졌다”며 “한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사령탑을 맡다 보니 부산 지역 젊은 감독들이 공단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어도 ‘문호가 막혀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강 감독과 계약 해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빠른 시일 내 신임 감독을 공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 감독과 부산 핸드볼계는 공단 이사장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선수단 운용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통제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강 감독은 “지난 10년간 팀을 맡으면서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하며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해 왔다”며 “2018-2019시즌 통합우승, 2019-2020시즌 준우승, 2020-2021시즌 통합우승을 이끌면서 부산에 ‘핸드볼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라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연말 1년 재계약 당시부터 이사장이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외국인 선수와 FA(자유계약선수) 선수 영입에 반대했고, 전지훈련 실시와 국제대회 개최, 스폰서 영입 등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팀을 운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관리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반대하는 바람에 올 시즌 정규리그 5위라는 성적이 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감독은 또 “SK슈가글라이더즈와 삼척시청처럼 구단주가 선수단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팀이 올해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 전국체전에서 준우승 이상을 목표로 훈련해 왔는데, 이사장이 갑자기 부당 해고를 한 탓에 부산에서 보낸 10년의 지도자 생활에도 불명예를 안게 됐다”며 “감독 경질에도 우리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고 운동에만 전념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부산 핸드볼계도 “국가대표 출신이자 세계적인 핸드볼 스타였던 강 감독의 탁월한 경기 운영 능력과 선수 관리 역량 덕택에 팀이 지난 10년간 호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면서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3위를 한 것이 해지 사유인 저조한 성적이냐”며 반문했다.

또 “이사장이 부임 당시부터 새 감독을 영입하려는 의도를 내비치며 강 감독을 강제 사퇴시키려고 지나치게 괴롭힌 것이 사실이다”며 “구단주가 선수단 관리에 도가 넘치게 개입하면 선수들의 반발과 사기 저하, 경기력 하락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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