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자리 깔고 즐긴 클래식 공연에 1만 8000여 명 환호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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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부산시민공원에서
1~2일 클래식 파크 콘서트
‘1열’ 앞 ‘0열’ 등 열혈 관객도

정명훈 예술감독 이틀간 지휘
KBS교향악단·부산시향 연주
“부산 오페라 저변 확대 기여”

2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년 클래식 파크콘서트에 정명훈 지휘자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년 클래식 파크콘서트에 정명훈 지휘자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누군가에겐 분명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어떤 이는 “숲속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통닭이랑 필스너 우르켈을 마시면서 즐기는 클래식 공연이라니… 참 좋다!” “돈 주고도 보기 힘든 공연을 볼 수 있다니… 살기 좋은 부산! 럭키 데이야!”라고 외쳤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찾았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지난해에는 두 사람이 보러 왔는데, 올해는 다섯 명이 되어 나타났다. 공연 시작은 오후 7시. 그런데 오전 8시부터 ‘돗자리 줄’이 생겼다. 주최 측에서 가이드라인을 치기도 전에 도착한 분들이어서 ‘1열’ 앞 ‘0열’이 만들어졌다. 첫날 공연 관람 후 돗자리를 수거하지 않고 그 자리에 두고 간 뒤 다음 날 다시 찾는 ‘열혈 관객’도 만났다.

부산시 주최·주관으로 지난 1~2일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 클래식 파크 콘서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1일 차 KBS교향악단과 첼리스트 한재민 협연 공연에 8000여 명, 2일 차 부산시립교향악단과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하이라이트 콘서트에 1만여 명이 찾는 등 이틀간 도합 1만 8000여 명(주최 측 집계)이 시민공원 잔디광장을 가득 메우는 장관을 연출했다.

2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년 클래식 파크콘서트에 정명훈 지휘자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년 클래식 파크콘서트에 정명훈 지휘자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년 클래식 파크콘서트에 정명훈 지휘자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년 클래식 파크콘서트에 정명훈 지휘자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해와 달리 이틀 모두 정명훈 부산시립공연장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것도 관객을 모으는 데 한몫했다. 이틀 내내 날씨까지 좋아서 초여름 밤 야외 클래식 콘서트의 정취를 만끽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첫날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브람스 교향곡 4번’ 레퍼토리가 너무 무겁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공연 직전에 만난 정명훈 마에스트로는 “저랑 KBS교향악단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하지만, 야외 콘서트라도 대중적인 곡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면서 “아는 사람은 아는 대로, 잘 몰랐던 사람도 이번 기회에 아름다운 곡 하나를 더 알고 가는 것도 좋지 않냐”고 말했다. 둘째 날 협연자로 나선 소프라노 김순영의 비올레타, 테너 최원휘의 알프레도는 정말이지 환상적인 콤비를 자랑했으며, 세계적인 성악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2일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 클래식 파크 콘서트’ 2일 차 공연 모습. 김은영 기자 지난 2일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 클래식 파크 콘서트’ 2일 차 공연 모습. 김은영 기자

행사를 주최하는 부산시도 이태째 파크 콘서트를 열다 보니 조금씩 요령을 터득해 가는 듯했다. 올해는 LED 영상이 눈에 띄게 보강됐다. 클래식 야외 공연 특성상 음향은 특히 신경 써야 하는 대목인데, ‘소리의 장인’을 뜻하는 톤마이스터 최진을 모셔 왔다. 국내 주요 클래식 음반과 공연 녹음은 대부분 최진을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야외 공연이라는 한계로 다소 아쉬운 대목이 보이기도 했지만, 최고의 음향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둘째 날 오페라 콘서트 리허설 때는 오페라 연주에 진심인 정명훈 마에스트로까지 직접 나서서 무대 조명, 음향, 마이크 세팅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이 ‘목격’됐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세심함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지난달 29일 부산시향 연습실에서 가진 ‘라 트라비아타’ 첫 리딩 연습 때 본 그는 놀랍도록 ‘꼼꼼’했다. 악보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이 대목은 이런 느낌으로 따라와 주시고, 이 마디의 바이올린 소리는 이런 맛이 나도록 등등으로 일일이 ‘지시’하며 음악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막상 공연 때는 악보를 통째로 외워서 눈을 감고 지휘하는 모습이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29일 부산시향 연습실에서 가진 ‘라 트라비아타’ 첫 리딩 연습 모습. 김은영 기자 지난달 29일 부산시향 연습실에서 가진 ‘라 트라비아타’ 첫 리딩 연습 모습. 김은영 기자
지난 1일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 클래식 파크 콘서트’ 1일 차 공연 모습. 김은영 기자 지난 1일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 클래식 파크 콘서트’ 1일 차 공연 모습. 김은영 기자

시민 관객들 역시 작심한 듯 준비해 시민공원으로 모여들었다. 직접 도시락을 싸 온 사람, 김밥과 초밥, 햄버거, 피자, 치킨 등 먹을거리를 잔뜩 준비해 온 사람, 캔맥주와 와인을 챙겨온 사람들까지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공연을 보는 도중에도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고, 캔맥주를 마시고, 오징어와 닭 다리를 뜯고, 심지어 전화 통화를 하는 이들도 간간이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 모든 게 넓디넓은 야외에서 짱짱한 음향으로 즐기는 공연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클래식 엄숙주의를 깬 것 같아 기분이 더 좋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일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 클래식 파크 콘서트’ 1일 차 공연 모습. 김은영 기자 지난 1일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 클래식 파크 콘서트’ 1일 차 공연 모습. 김은영 기자
지난 2일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 클래식 파크 콘서트’ 2일 차 공연 모습. 김은영 기자 지난 2일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4 클래식 파크 콘서트’ 2일 차 공연 모습. 김은영 기자

2일 차 야외 공연장을 빠져나오면서 만난 광안동에 사는 82세의 한 어르신 소감엔 콧날이 시큰해졌다. 그는 한 동네의 아는 동생, 친구와 시민공원을 찾았는데 “내 평생 이런 감동적인 야외 오페라 공연은 처음이었다”면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열린다면 죽기 전까지는 계속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어르신은 또 “잘은 모르지만 오페라 한 편 보려면 몇십만 원을 줘야 한다는데 무료로 볼 수 있으니 우리 같은 사람도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남몰래 흐르는 눈물’(곡명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선율을 흥얼거렸다)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사랑의 묘약’ 공연도 꼭 보고 싶다”고 전했다.

둘째 날 공연을 관람한 부산오페라단연합회 장진규 회장은 “트로트나 가요 콘서트가 아니어도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오페라를 즐기는 모습은 감동이었다”며 “부산의 오페라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파크 콘서트임에는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 회장은 “연예인 사회자가 A4 용지를 들고 읽으면서 아리아의 제목도 올바르게 읽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고, 음향은 계속해서 신경 써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 문화시설개관준비과 전시현 공연기획팀장은 “지난해와 올해 클래식 파크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어쩌면 우리 부산시민들은 이런 공연과 기회에 목말라했겠구나 싶었다”면서 “이런 확신은 그동안 접해 보지 못한 고품질의 공연을 준비하고 공연장의 문턱을 낮춰서 기쁘게 맞이할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하는 것으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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